NYFF60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 ★★★☆
New York Film Festival 2022 (9/30-10/16)
슬픔의 삼각형 Triangle of Sadness ★★★☆
천박한 부자들 신랄한 조롱, 블랙 코미디 '슬픔의 삼각형'
Triangle of Sadness
*Triangle of Sadness trailer, '슬픔의 삼각형' 예고편
https://youtu.be/VDvfFIZQIuQ
'기생충' 김씨네가 럭셔리 크루즈를 타고, 난파해서 무인도로 가면?
스웨덴 출신 루벤 외스틀룬드(Ruben Östlund) 감독의 2022 칸영화제 황금종려상(Palme d'Or) 수상작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은 2019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Parasite)'에서 영감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어떻게 봉 감독의 '기생충'을 자기 스타일로 패러디할까를 고민했을까? 2017년 미술계의 허상을 폭로한 블랙코미디 '스퀘어(The Square)'로 첫번째 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던 외스틀룬드는 '카메라 독설가'다. 그의 카메라는 부자들을 난폭하게 조롱하고 처벌한다.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 칼이 모델 오디션을 볼 때 한 심사관이 보톡스로 슬픔의 삼각형'을 제거하는 걸 제안한다. '슬픔의 삼각형'은 눈 사이, 미간에 생기는 주름이다.("미간을 찌푸리다") 이 영화의 프랑스어 제목은 '필터 없이(Sans filtre)', 영어제목 '슬픔의 삼각형'은 전 황금종려상 수상작 '스퀘어(정사각형)'에 이어지는 연작의 제목이 된 셈이다.
Triangle of Sadness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 격차를 풍자하고, 추악하고, 비열한 수퍼리치들을 처벌하는 '슬픔의 삼각형'은 3부로 나뉘어진다. 1부는 모델 커플을 중심으로 패션업계 스케치와 레스토랑/호텔, 2부는 수퍼리치들이 탄 럭셔리 크루즈에 탄 모델 커플, 그리고 난파 후 생존한 8인이 머무는 무인도로 이동한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오만한 남자 기자가 남자 모델들 오디션에서 취재하고 있다. 기자는 모델에게 카메라 앞에서 저가 브랜드 H&M(웃는 모습)과 발렌시아가(화난 모습) 포즈를 번갈아 요구한다. 타겟 소비자층에 따라 모델은 이렇게 표정을 연기해야 한다.
Triangle of Sadness
돈, 돈, 돈. 돈은 종종 사람을 비굴하게 만들며, 인간관계를 파괴시키기도 한다.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은 모델 야야의 말처럼 "섹시하지 않다는 것".
칼(해리스 디킨슨 분)도 오디션에 왔지만, 떨어진다. 그의 모델 여자 친구 야야(차르비 딘, 올 9월 사망)는 인플루언서로 돈을 상당히 벌고 있다. 이들은 레스토랑에서 누가 식사값을 내느냐 갖고 말싸움을 한다.
스웨덴이 남녀 평등한 선진국이고, 패션 쇼에서도 "남녀 동등"이라는 슬로건을 외치지만, 여자 모델은 남자보다 3배를 더 번다. 그리고, 야야는 돈 지불할 때만은 남녀평등을 무시해버린다. 이들은 호텔 엘리베이터까지 이어지는 말싸움 끝에 결국 화해하고 럭셔리 크루즈에 올라탄다. 인플루언서인 야야 덕에 공짜로 승선해 부자들이 누리는 '돈의 맛'을 보게 된다.
Triangle of Sadness
2억5천만 달러짜리 럭셔리 크루즈엔 부인과 애인을 동반하고 여행 중인 러시아 출신 비료(똥) 사업가, 지뢰 제조로 돈을 번 사업가, 뇌졸중을 겪은 후 "구름 속에(In der Wolken)"밖에 말을 못하는 독일 귀부인, 게임 코드 발명가 등 우리 시대의 수퍼 리치를 천박한 인물들로 그려낸다. 그리고, 부자들과 어울리게 된 무임승선 모델 커플이 있다.
스탭 매니저는 이 부자 승객을 위해(사실은 더 많은 팁을 위해!) 승객에게 절대로 "No"할 수 없고, "Yes!"여야 한다고 교육시킨다. 남자 스탭 한명은 웃도리를 벗고, 야야와 희희낙낙 인사를 나누다가 이를 질투한 칼의 제보로 즉각 해고된다.
Triangle of Sadness
부자들은 캐비아, 트러플 등 호화 요리를 먹고, 스탭을 하인처럼 대한다. 크루즈의 선장(우디 해럴슨)은 자신의 방에서 술에 쩔어있다. 그는 럭셔리 요리보다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선호한다. 호화로운 캡틴 디너가 열리던 날 그만 태풍이 몰아쳐서 흔들리는 크루즈 안 승객들의 토사곽란으로 대소동이 벌어진다. 변기의 오물이 용솟음치고, 역겨운 구토 찌꺼기가 이어지는 과장된 토사 시퀀스는 수퍼리치들에 대한 감독의 유쾌하지만, 역겨운 체벌(punishment)이다.
Triangle of Sadness
결국 크루즈는 해적(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난파하고, 단 8명이 살아남아 무인도에서 살아가게 된다. 럭셔리 크루즈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의 칸(수평)과 '기생충'의 반지하와 언덕 위 맨션(수직)처럼 계급사회를 상징한다. 그러나, 무인도는 돈도 직위도 의미 없는 구석기 시대적인 환경이다. 여기선 누가 캡틴이 될까? 남녀평등이 가능할까?
무인도에서 생선을 잡아오고, 불을 지피워서 생존자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활력의 달인은 바로 크루즈 청소부(화장실 매니저) 아브리겔이다. 아브리겔은 하류층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마이너리티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청소부는 무인도에서 아마조네스로 이들을 통치하고, 칼을 자신의 정부로 만든다. 피 하나 흘리지 않고, 혁명 없이 계급이 전복된 셈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청소부는 리더로 남을 수 있을까?
Triangle of Sadness
'슬픔의 삼각형'은 오리지널한 영화는 아니다. '기생충'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감독 리나 베르트뮐러(Lina Wertmüller, 1928-2021)의 코미디 '귀부인과 승무원(*한국 비디오 제목, Swept Away... by an Unusual Destiny in the Blue Sea of August,1974)에서도 빌려왔다. 이 영화에선 지중해에서 세일링하던 귀부인과 선원이 무인도에 표류하면서 권력과 계급의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한다. 2002년 할리우드에서 마돈나 주연, 당시 남편 가이 리치 연출로 리메이크 '스웹트 어웨이(Swept Away)'가 나왔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신랄하고, 코믹한 부르주아 비판은 리드미컬하고, 서스펜스 넘치며,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슬픔의 삼각형'은 독창성에서는 봉준호, 베르트뮬러보다 한수 아래에 머물러 있다.
Triangle of Sadness
SUNDAY, OCTOBER 2 2:15 PM, MONDAY, OCTOBER 3 2:30 PM, 6:00 PM
https://www.filmlinc.org/nyff2022/films/triangle-of-sadness
*2017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스퀘어(The Square)' ★★★☆
http://www.nyculturebeat.com/?mid=Film2&document_srl=3645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