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33 코드 #에필로그: 멋진 신세계, 한류 신드롬 (Hallyu Syndrome)은 계속된다
33 Keys to Decoding the Korean Wave, Hallyu! #Epilogue: Hallyu Syndrome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에필로그: 멋진 신세계, 한류 신드롬은 계속된다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2020년 2월 아카데미상 시상식 장면 Photo: Oscars <YouTube> 캡쳐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여행자들이 유럽 고도시에서 미술관의 아름다운 작품이나 건축물 등에 노출되어 숨이 가빠지며, 실신, 혼란, 환각 상태까지 이르는 증상이라고 한다. '피렌체 신드롬(Florence syndrome)'으로도 불리운다. 필자도 예전에 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보티첼리의 작품이 모여있는 피렌체에 갔을 때 두오모 대성당 앞에서 휘청거렸던 적이 있다.
손가락 하나로 르네상스 미술, 고대 이집트 유물은 물론, 세상 돌아가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지털 시대, 뉴욕에서도 속속 한인들의 뉴스가 들려올 때 종종 어질어질해진다. BTS, 블랙핑크, 기생충, 미나리, 킹덤, 오징어 게임, 조성진, 임윤찬, 이영진, 진은숙, 김은선, 서희, 안주원, 데이빗 장, 코리 리, 아토믹스, 정관 스님.... "역사상 최초" "최초의 아시안" "최초의 한인" "최연소의 우승자" ... 아시아의 작은 반도국, 분단된 나라 대한민국의 자손들이 21세기에 불러 일으키고 있는 '한류 신드롬(K-Wave Syndrome)'. 21세기 이 거대한 한류의 물결, 한국문화 르네상스를 세계문화의 중심지 뉴욕에서 목격할 수 있는 건 행운이었다.
한국의 아웃사이더이자 뉴욕의 인사이더로서 용솟음 치는 한류를 접하며 때때로 황홀한 스탕달 신드롬에 빠졌다. 그러면서도, K-Wave의 큰 흐름,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외에도 한류에 공헌해온 수많은 한인들을 기록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오리지널 한류'로 불러야할 ''미 태권도의 아버지' 이준구 대사범, '비디오 아트의 대부' 백남준, 모모푸쿠 셰프 데이빗 장, SF오페라 음악감독 김은선, ABT 수석무용수 서희와 안주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소프라노 홍혜경, 테너 이용훈, 베이스 연광철, 배우 산드라 오, 다니엘 대 김, 스탠드업 코미디언 마가렛 조, 희곡작가 이영진, 한국적인 것을 세계화한 보자기 작가 이정희, 보따리 작가 김수자, 그리고 재능을 발휘해온 입양한인 등이 미국에서 일으킨 한류를 기억해야할 것 같았다. 이와 함께 100여년 전에 한국문화의 아름다움과 잠재력을 발견한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 스튜어트 컬린 큐레이터, 천문학자 퍼시벌 로렌스 로웰, 화가 엘리자 베스 키스, 소설가 펄 벅 등 서양인들의 통찰력에 주목할 필요를 느꼈다.
2020년 2월 9일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팀이 영화 역사를 새로 쓴 아카데미상 시상식 얼마 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뉴욕의 문화는 봉쇄됐고, 한류를 기록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길어졌고, 33개의 코드도 길어졌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Right Now, Wrong Then
7080 세대인 필자는 10대에 가요보다 팝송을 더 자주 들었다. 라디오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 김광한의 '팝스 다이얼', 김자영의 '세계의 유행음악' 등의 애청자였다. 88 올림픽을 즈음해서 연예/ 종합잡지에서 일하면서 '담다디'의 이상은씨와 제주도에 영상집을 촬영하러 갔고, 이선희씨와 소방차는 집으로 찾아가 인터뷰했다. 김완선, 박남정, 김창완, 이정선, 김현식, 신촌 블루스, 봄여름가을겨울, 최민수, 김민종, 변우민, 이정재, 이규형 감독, 홍콩스타 왕조현 등을 취재했다.
그즈음 LA 유학 후 귀국해 카페를 차린 가수 이수만씨(현 SM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송도 카페로 찾아가서 인터뷰 했고, 뉴욕에서 귀국한 송승환씨 결혼식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이수만씨는 SM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K-Pop 한류를 시작했으며, 송승환씨는 비언어 뮤지컬 '난타'를 제작해 뉴욕에서 장기 공연했다.) 무명시절 고 최진실씨를 병원에서 취재했고, 우리 편집장은 그녀를 표지 모델로 발탁했다. 곽재용 감독의 '비 오는 날 수채화' 촬영장에 취재갔을 때 박찬욱 감독은 조감독으로 뛰고 있었다. 홍상수 감독이 TV PD(시네텔 서울-작가와 화제작)으로 일할 때 면접 유사한 것을 하게된 적이 있다. 병신춤의 공옥진(1931-2012)님과 김동길 교수님 인터뷰도 기억이 난다.
서울 올림픽을 기해 국민적 자부심이 고양되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팝송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폐지되고, 가요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작곡가 이영훈과 가수 이문세의 명반 5집(붉은 노을,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광화문 연가)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1989년 배용균 감독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으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금표범상을 수상해 주눅들어 있었던 충무로가 떠들썩했다. 지금은 칸영화제 수상에도 무심할 정도로 한인들의 국제영화제 수상에 상당히 익숙해졌지만... 1990년 이어령 교수가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부임했고, 이듬해엔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로 데뷔했다.
1996년엔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를 발표했고, 최초의 K-Pop 밴드 H.O.T.가 데뷔했다.. 한국영화 사전심의(검열)가 폐지됐고, 제 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됐다. 홍상수 감독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고 김기덕 감독이 '악어'로 데뷔한 해였다.
우디 알렌 영화 속의 뉴욕을 선망했던 필자는 1996년 1월 1년간 살아보기로 마음 먹고 뉴욕에 왔다. 컬럼비아대 어학 코스(ESL) 몇개월 다녔지만 영어도 늘지 않았고, 나이 서른 넘어서 '철수와 영희' 수준의 내용을 배우는 것 같아 스스로 한심했다. 한국에서 영화를 공부했으니,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아랍-아프리카 영화' 수업을 청강해보았다. 뉴욕영화제의 디렉터였던 리처드 페냐(Richard Peña) 교수가 가르쳤다. 연예 잡지사에서 일했기에 미국의 연예 산업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영어는 서툴었지만, 버룩 칼리지(Baruch College)에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코스를 듣게 됐다. 뮤지션들을 발굴하는 레코드 회사 A&R(Artists and repertoire) 임원들의 비화를 알게된 'Music Promotion' ㅡ 저작권/트레이드마크 법률을 배운 'Entertainment Law', 시나리오 작법(Scenario Wrting) 등 몇 과목을 수강했다.
'음악 비즈니스(Music Business)' 클래스에서는 강사가 두껍지만, 쉽게 쓰여진 책 'This Business of Music'과 빌보드(Billboard) 잡지를 교재로 썼다. 강사의 말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연간 출시되는 뮤지션들의 CD 중 5%만이 성공하고, 나머지는 버려진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그때는 한국 가요(K-Pop)가 빌보드 차트에 오르리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못했다. 그후 싸이, BTS가 미 TV 토크쇼에 나오고, 타임스퀘어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초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믿을 수 없어서 팔을 꼬집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꿈이야, 생시냐!"
미자연사박물관 한국 진열장, 2021.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뉴욕에 온 첫해 어느날 센트럴파크웨스트의 미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을 둘러보았다. 초대형의 공룡 화석들로부터 호랑이, 곰 등 포유류의 디오라마(diorama, 실경), 나비 컨서바토리, 조류관, 양서류관, 진화홀, 운석홀 등 인류의 기원과 경이로운 생물체, 광물체가 즐비했다. 다시 태어나면, 생물학을 공부해보고 싶게 만들 정도의 어마어마한 디스플레이였다. 과학 외에도 유럽홀은 없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칸 인디언홀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중 아시안피플홀(Hall of Asian Peoples)엔 한국 진열장도 보였다. 조선시대 사랑방에서 책읽는 양반과 바느질하는 부인을 묘사한 마네킹에 고가구, 장신구, 미술품으로 꾸민 자그마한 진열장이다.
당시 민속촌처럼 꾸며진 한국 진열장 앞은 관람객도 없이 한산하고, 처량했다.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자부심이 치솟은 KOREA가 조선시대 19세기 양반과 부인의 일상 모습으로 대표되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다. 미국/서양의 제국주의 시각에서 바라본 타자(other)/식민지 격인 인디언 원주민/아시안/아프리칸의 전시실은 문명보다는 자연/미개, 후진국으로 몽뚱그려진 분류라는 생각에 불쾌해졌다. 대한민국은 자동차 생산국이자 태권도의 나라이며 고려청자, 백남준, 정경화, 사라 장도 있지 않던가? 그런데, '한국의 자부심'을 나열하기엔 열손가락도 필요 없었다. 한국은 여전히 분단국이었고, 힘없는 나라였다. 그즈음 뉴욕의 숍에서 종종 발견한 'Made in Korea' 상품들은 지금의 'Made in China' 만큼이나 조악해 보였다.
그로부터 4반세기가 흘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한 2021년 가을 오랜만에 자연사박물관으로 갔다. 다시 한국 진열장으로 향했다. 25년 전보다 여러 관람객들이 한국관 앞에 멈추고 있었다. 한 젊은 남성은 오랫동안 한국 민속품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았고, 젊은 여성 셋은 전시품을 보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BTS, 블랙핑크, '기생충', '킹덤', K-푸드, K-화장품 등으로 지구촌에 높은 파고를 몰고온 한류 영향일 것이다.
필자도 다시 한국 진열장을 들여다 보았다. 25년 전엔 민속촌풍의 전시물같았는데, 2021년의 진열장은 새롭게 보였다. 세계문화에 거대한 물결을 불러일으킨 한류의 기원, 잠재성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왼쪽의 정자관(程子冠)를 쓴 양반이 사랑방에 앉아서 '맹자(孟子, Mencius)'를 읽고 있다. 2020년 넷플릭스 사극 '킹덤(Kingdom)'으로 소셜미디어에서 Oh My Gat! 선풍을 일으키며, '조선은 모자의 나라'라고 칭송했다. 양반이 읽고 있는 '맹자'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로 번역된 본으로 한자와 함께 쓰여있다. 위대한 언어 한글과 함께 한국인의 뿌리깊은 교육열을 시사한다. 오늘날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단색화 등 영화, 드라마, 미술 등에서도 사회의식이 담겨있으며, 주제를 강조하는 것도 이 학구열에서 기인할 것이다.
약 2천년 이상의 역사를 보유한 한국의 온돌문화(溫突文化, Ondol-Underfloor Heating, 2018년 국가무형문화재 제 135호)는 뉴욕 구겐하임뮤지엄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고려대 건축과 김현섭 교수에 따르면, 라이트는 1936년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제이콥스 하우스(Herbert and Katherine Jacobs First House)에 온돌방의 원리를 적용해 설계했다. 라이트는 1914년부터 임페리얼 호텔 건축을 위해 도쿄를 방문했을 때 한국 온돌을 경험했으며, 이에 매료되어 제이콥스 하우스에 바닥 난방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온돌의 역사'(2019)를 집필한 서울대 사학과 송기호 교수는 한민족을 "백의민족 대신 온돌민족이라 불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른쪽의 양반 부인은 안방(규방, 閨房)에서 단아한 쪽머리에 한복 입고 앉아서 방금 바느질을 마친듯 옷을 다듬는 모습이다. 옆에는 인두 화로가 놓여있고, 뒤의 이층농 위엔 태극무늬 상자가 올려져 있다. 조선시대 양반집 여인들은 규방에서 자수, 매듭, 그리고 조각보 등 규방문화를 발전시켰다. 쇠젓가락을 사용한 우리 조상의 솜씨와 매무새는 오늘날 기능올림픽, 네일살롱, K-뷰티, K-패션에서 골프 재패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그리고, 미국 내 한인 이민자들은 세탁업에서 성공을 거두었으며, 장인정신이 담긴 농기구 호미는 아마존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또한, 오방색(五方色, 파랑, 하양, 빨강, 검정, 노랑색)의 한복과 상자는 우리 민족이 심미적 감각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미와 상징을 중시하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태극기처럼 심오한 철학과 세련된 디자인의 국기(national flag)가 있을까? 한식에도 오방색이 조화를 이룬다.
이렇게 한류 열풍 속에서 다시 본 자연사박물관의 한국관은 단순한 문화인류학적 진열품에서 벗어나 한민족의 풍부한 문화유산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한 것처럼 새로 보였다. 홍상수 감독 영화의 제목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Right Now, Wrong Then)'처럼.
Things Korean by O-Young Lee, Translated by John Holstein, 1994, Charles E. Tuttle Company/ 이어령, 한국인 이야기: 넌 어디에서 왔니, 2020, 파람북.
뉴욕생활 초기 어느날 록펠러센터 인근의 일본서점 기노쿠니아(Kinokuniya)에서 책 한권이 눈에 띄었다. 탈, 금동불상, 짚신, 수저, 자수 베갯모가 담긴 표지엔 'Things Korean (한국적인 사물들)'이라는 제목의 화보집이었다. 서점에서 한국적인 것이 귀했던 때라 반가왔다. O-Young Lee라는 저자 이름이 누굴까 했는데, 이어령 교수였다. 대학시절 국문과 수업을 청강할 때 자리가 없어서 문가에서 한번 그분의 웅변같은 강의를 들었다. 인기 교수님이셨고, 훗날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내셨다.
'그날 Things Korean'을 사갖고 왔다. 갓, 호미, 다듬이, 멧돌, 버선, 보자기, 비녀, 엽전, 윷, 장독대, 장승, 지게, 창호지, 태극, 한글, 항아리 등 한국 전통문화 소품을 해설한 책이다. 아직 한국에 대한 향수를 느낄 만큼 미국에 오래 살지는 않아서였을까. 그 책을 대충 본 후 조그만 스튜디오 구석에 두었다. 그리고, 이사하면서 책을 브루클린 스토리지에 보관했다. 어느날 스토리지가 물에 잠겼고, 'Thing Korean'은 빗물에 젖어 얼룩으로 번져 있었다. 책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팬데믹이 시작된 후 한류 시리즈를 쓰면서 종종 'Things Korean'이 떠올랐다. 이어령 교수가 일상에서 찾아낸 우리의 보물들, 보자기와 젓가락 철학, 그의 통찰력은 새삼 놀라웠다. 문화부 장관 시절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구상했고, 오늘날 수많은 무용원, 음악원 인재들이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있지 않나? 이어령 교수야말로 한류의 토양을 닦으신 우리시대의 지성이셨고, 현인이셨다.
이어령 교수는 '한류 33 코드 시리즈'를 계속 쓸 수 있도록 에너지를 주신 분이었다. 2022년 2월 이 교수가 세상을 떠나셨다. 그후 잃어버린 'Things Korean'을 구하기 위해 아마존을 검색하니 딱 한권 중고책이 올라 있었다. 바로 주문했다. 그 책을 다시 갖게되어 기뻤다. 누군가의 집에서 담배 내음이 깊이 배여있는 책이라 장시간 햇빛을 쪼였다. 이제 한줄한줄 음미하면서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Things Korean'은 오손 웰즈 감독의 영화 '시민 케인(Citizen Kane, 1941)'에서 케인의 썰매 '로즈버드(rosebud)'처럼 느껴졌다. 1996년 뉴욕에 온 후 미국에 대한 부러움과 한국인으로서 낮은 자존감에 사로 잡혔던 나날들 'Things Korean'은 잊어버리고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비교하는 한국적인 것을 비판하는 '빌어먹을 공자님' 시리즈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한류의 파고가 거세게 밀려왔다. 그 책은 그후로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다시 찾은 보물이 됐다. 'Things Korean'은 이 교수 타계 직후인 3월 디자인하우스에서 한국어판 '우리 문화 박물지: 인문학과 미학을 넘나드는 이어령의 시선 63'으로 출간됐다.
천국보다 낯설은 Stranger Than Paradise
Children interrupt BBC News interview - BBC News <YouTube>
사실 뉴욕에서 한류의 물결을 실제로 느낀 것은 한참 후였다. 1990년대 후반 K-팝으로 시작, 2004년 일본에서 '겨울연가'에서 '대장금'으로 이어진 K-드라마의 열풍은 아시아권에서 숙성해 중동, 유럽, 아프리카로 퍼져나갔다. 제 1세대 한류 스타 배용준은 일본에서 상영된 '겨울 연가'(KBS-TV)로 일본의 중년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극존칭인 '사마'(様)'를 붙인 '욘사마'로 등극했다. 그 바통은 '미안하다, 사랑한다'(KBS-TV)의 소지섭으로 넘어갔다.
2009년 6월 뉴욕중앙일보에서 문화/레저 담당 기자로 일하던 중 맨해튼 기타노 호텔에서 열린 일본 여성들의 소지섭 환영행사를 취재할 때였다. 한일문화교류재단 산하의 한국 드라마클럽, 배용준 팬클럽, 소지섭 팬클럽 회원들이 소지섭을 만나기 위해 당시 120달러(3코스 정식 + 팬 미팅) 행사에 30여명이 모였다. 그중엔 전날 꽃다발을 들고 공항에 소지섭을 마중나간 팬들, LA에서 날아온 열성팬도 있었다. 영어로 "소지섭씨 사랑해요!" "소지섭씨 잘 생겼어요!"라며 흥분한 팬들은 이들은 한국 드라마 하이라이트를 편집한 비디오를 감상했다. 한국어를 몇년 째 배우고 있다는 한 여성팬이 행사를 진행했다. 소지섭은 그해 뉴욕아시아영화제 신인 아시아스타상(Rising Asia Star) 수상자로 뉴욕을 방문했다가 뜻밖에 일본 여성팬들의 환대를 받은 것이다.
그해 뉴욕아시아영화제(NYAFF, New York Asian Film Festival)는 맨해튼 IFC 센터와 재팬소사이어티(Japan Society)에서 열렸으며, 한국영화 '비몽(Dream)' '똥파리(Breathless)' '다찌마와 리(Dachimawa Lee)' '영화는 영화다(Rough Cut)'가 상영됐다. 2002년 이스트빌리지의 예술영화관 안솔로지필름아카이브(Anthology Film Archives)에서 시작된 마이너 리그의 뉴욕아시아영화제는 2010년 뉴욕영화제를 주관하는 필름소사이어티(Film Society of Lincoln Center)의 링컨센터로 입성했다. 아시아영화제가 메이저 리그로 흡수되면서 한국영화는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려왔다.
2022년 7월 제 20주년을 맞은 NYAFF에선 한국영화 14편을 초대 '한국영화 특별전'이 열렸다. 중국, 일본, 말레이지아, 몽고,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에서 제작된 70여편이 상영됐다. 한국영화가 독보적인 반면, 다른 아시안 영화는 미안할 정도로 엑스트라가 된 듯한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영화 특별전은 1882년(고종 19년) 제물포에서 체결했던 조미수호통상조약(Treaty of Peace, Amity, Commerce and Navigation, United States–Korea Treaty of 1882)의 1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NYAFF의 집행위원장은 도쿄대, 파리고등사범학교 박사학위 출신으로 코리아소사이어티, 재팬소사이어티 프로그래머를 거친 입양한인 사무엘 자미에(Samuel Jamier)씨가 맡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던 2010년대 봉준호, 박찬욱, 황동혁 등 영화감독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2008-2017)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인물들이다. 2017년 대한민국 국민들의 촛불시위로 촉발되어 제 18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세계 언론은 부패 정권을 밀어낸 한국 국민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우리 민족의 DNA-'비판과 저항 정신'의 승리였다. 그해 3월 10일, 탄핵 심판의 날, 한 유쾌한 비디오가 세계로 퍼져나갔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로버트 켈리(Robert Kelly) 교수가 탄핵심판 주제로 BBC-TV와 가진 화상 인터뷰 중 일어난 해프닝이다.
켈리 교수가 탄핵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답변하던 중 네살박이 딸이 먹거리를 들고, 어깨춤을 추면서 서재로 들어왔다. 이어 보행기를 탄 유아까지 들어왔고, 한국인 부인이 재빠르게 미끄러져 들어와 황급히 두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단 43초에 걸친 켈리 가족의 해프닝은 유튜브에서 3일만에 조회수 1천만회를 넘기며 소셜미디어로 퍼져나갔다.
이 깜찍한 깜짝 사고는 미 토크쇼 엘렌 드제네레스 쇼(The Ellen Show)와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Jimmy Fallon's Tonight Show)에서도 다루어졌으며, 패러디 동영상도 쏟아졌다. 2022년 9월 현재 조회수는 5천3백만회를 넘어섰다. 켈리 교수의 탄핵 심판 인터뷰엔 우리 국민의 저항정신이, 소녀의 먹거리와 어깨춤에는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한민족의 핏줄이, 엄마의 신속한 대처에는 빨리빨리 정신이 발휘됐다. 한국인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한을 흥으로 푸는 민족이다.
버라이어티지 표지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 타임지 표지에 등장한 방시혁 HYBE 의장과 BTS.
K-Pop을 세계 무대에 올린 트로이카가 있었다. 이수만(SM 엔터테인먼트: H.O.T., 보아, 동방신기, 슈퍼 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EXO, 레드벨벳, aespa) 대표를 비롯 양현석(YG 엔터테인먼트: 싸이, 블랙핑크, 빅뱅, G드래곤, 태양), 박진영(JYP 엔터테인먼트: 원더걸즈,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 프로듀서는 한류 초기에 글로벌 K-Pop 스타들을 발굴한 마이더스의 손 3인방이었다.
2021년 12월 미국 잡지 '버라이어티(Variety)' 의 500인에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방시혁 하이브(HYBE, 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 봉준호 감독, 이미경(미키 리, Miky Lee) CJ그룹 부회장, 배우 스티븐 연이 선정됐다. 세계 미디어 산업을 이끄는 영향력있는 리더 500인에는 팀 쿡 애플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과 함께 올랐다. H.O.T.을 비롯, K-Pop을 세계 무대에 올린 이수만 대표는 5년 연속 선정됐다. BTS를 글로벌 수퍼스타덤에 올린 방시혁 HYBE 의장은 주간 타임의 '영향력있는 100대 기업에 2021, 2022 연속 선정되고 표지를 장식했다. 이들은 무대 뒤, 스크린 뒤에서 한류를 지휘한 글로벌 파워 엘리트들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할 점은 교육수준이 높은 한인들의 예리한 비판 정신이다. 그들은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질책하고, 비판하고, 옹호하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름없는 비평가들이다.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2019년 2월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 소감에서 "특히 나는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우리 영화를 성원해주시고, 영화에 대한 생각에 대해 결코 직설적인 의견을 주저하지 않으신 우리 한인 영화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절대로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고, 감독과 제작진으로 하여금 계속 한계를 초월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우리 한인 영화관객 여러분 없이 우리는 이 자리에 서있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2022년 9월 에미상 감독상을 석권한 후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관객들, 한국 시청자들이 굉장히 까다롭다. 조금 뭔가 안 좋으면 질책도 많이 하고 나무라고 취향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런 곳에서 영화를 만들어온 세월들이 조금이라도 발전하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우리 국민들부터 만족시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밝혔다.
2022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BTS Photo: White House
독일에서도 한류는 뜨거웠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총리의 부인 김소연(Soyeon Schröder-Kim) 독일NRW글로벌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대표 독일연방스타트업협회 이사는 2022년 2월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올렸다.
"한국인으로서 나는 조국이 "2021년 올해의 우승자" 중 하나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독일 잡지 turi2edition 기사에 2021년을 결산하는 특집기사로 '2021년의 위너들'이란 코너에 국가로는 한국이 유일하게 선정되어 기사화되었습니다. 인물로는 메르켈 전 총리를 비롯 독일의 인기 유명인사들이 올랐고 아바의 컴백앨범도 꼽혔습니다."
"독일 유력 일간지 중 하나인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 주말판 한국 기사의 일부를 페친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케이팝, 기생충, 오징어게임: 한국은 세계적인 창의 강국(a creative world power)이 되었다.... 불과 5천만 정도의 인구를 가진 한국의 이런 창의적인 파워는 어디서 오는가... 한국은 히트작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매력적으로 디자인된 명함을 전 세계로 돌리는 것과 같다.... 독특한 시나리오, 완벽한 연출과 우아한 네러티브는 이 나라(한국)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독일 유력 일간지가 이 정도의 칭찬 일색 기사를 내는 건 드문 일입니다. 그러니 어떤 국가이미지 광고 보다 강력하죠."
그리고, 옥스포드 영어사전(OED)은 2021년 에디션에 한류(Hallyu, Korean wave), 먹방(Mukbang), 대박(Daebak)을 비롯 한국어 26개를 새로 등재했다. 애교(Aegyo), 반찬(Banchan), 불고기(Bulgogi), 치맥(Chimaek), 동치미(Dongchimi), 갈비(Galbi), 한복(Hanbok), 잡채(Japchae), K-(복합어, K-drama, K-beauty, K-style...), 김밥(Kimbap), 만화(Manhwa), 누나(Noona), 오빠(Oppa), 언니(Unni), PC방(PC bang), 삼겹살(Samgyeopsal), 당수도(Tang soo do), 트롯(Trot), 그리고 콩글리시(Konglish), 파이팅(Fighting), 스킨십(Skinship) 등이다. 1884년 출간된 OED에 처음 우리말이 등재된 것은 1976년 김치(Kimchi), 막걸리(Makgeolli), 온돌(Ondol), 태권도(Taekwondo), 시조(Sijo), 재벌(Chaebol), 등 45년간 총 20개였다. 그런데, 2021년엔 26개로 급증한 것이다. 이는 한류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또한, CNN은 2019년 6월 BTS의 성공 스토리 '한국 출신 보이밴드가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됐나(How a boy band from South Korea became the biggest in the world)'에서 K-Pop 은어로 Maknae(막내), Golden Maknae(BTS 멤버 정국의 별명), Hyung(형), Visual(눈요기감 멤버), Stan(광적인 팬) 등을 소개했다.
서울은 언론에서도 '아시아의 메카'로 부상했다. 뉴욕타임스는 2020년 서울을 아시아 뉴스의 허브로 론칭하고, 홍콩 지사를 서울 종로구 신문로로 이전했다. 스티븐 던바 존슨(Stephen Dunbar-Johnson) NYT 국제부 사장은 2022년 4월 중앙일보 영문판(Korea JoongAng Daily)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핵심 이유는 우리가 여기서 두려움이나 치우치지 않고 보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그 자체가 흥미로운 스토리다. 한국문화는 매우 풍요하고, 음악계, 영화계, 요식업계, 사회경제 분야 등 매우 흥미진진하다"라면서 "한국이 젊고, 활기찬 자유민주국가이며, 이를 성공적으로 지속하려면 강력하고, 활기찬 언론이 필요하다. 서울에선 검열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 덧붙였다.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
2022년 7월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코리아 가요제. Photo: Kihoon Oh/ Korean Culture Center New York
코로나 팬데믹이 계속된 2022년에도 한류 신드롬은 이어졌다.
2022년 5월 빌보드음악상 3개 부문(Top Duo/Group, Top Song Sales Artist, Top Selling Song)을 석권한 BTS는 백악관을 방문,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아시아계 증오범죄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2019년 9월엔 UN 총회에서 연설했던 젊은 그들이다. 그리고, 데뷔 9주년이 되는 6월 잠정적 휴지기를 발표했다. 블랙핑크는 6월 미 음악잡지 '롤링스톤'의 표지를 장식한 최초의 아시아걸 그룹으로 기록됐다.
7월 미 언론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 데뷔 10주년을 '한류의 촉매제'로 평가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뉴욕한국문화원은 7월 센트럴파크 섬머스테이지에서 K-Pop 콘서트 '코리아 가요제(Korea Gayoje)'를 열었다. 또한, 4인조 걸그룹 에스파(aespa, SM 엔터테인먼트 소속)는 미니 앨범 '걸스(Girls)'로 역대 K-팝 최대 음반 판매 신기록, '빌보드 200' 3위에 진입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한인들은 반짝였다. 한인 연주자들이 다수인 뉴욕필하모닉은 센트럴파크의 '콘서트 인더 파크'에서 한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Bomsori Kim)와 협연했으며,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자로 우승한 후 록스타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립교향악단(Seoul Philharmonic Orchestra)은 뉴욕필의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Jaap van Zweden)을 음악감독으로 선임, 월드클래스 오케스트라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얍 판 츠베덴은 2024년부터 서울시향을 이끌게 된다.
홍상수 감독은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심사위원대상, 소설가의 영화)을 3년 연속 수상하며 은곰상 3관왕이 됐다. 칸영화제에서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 수상으로 칸 3관왕이 됐고, 송강호씨는 한인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브로커)을 거머쥐었다. 홍상수, 박찬욱 감독은 10월 제 60회 뉴욕영화제에 나란히 초대됐다.
코리안아메리칸 작가 이민진씨의 베스트셀러 '파친코'를 각색한 동명 드라마가 애플 TV를 통해 방영됐으며, 2019년 9월 회오리 바람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에미상 작품상 등 14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6개상을 거머쥐었다. 보수적인 에미상에 입성한 '오징어 게임'은 시즌 2로 다시 에미상에 초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 골프계는 여전히 한인 천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개한 2022년 벽두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엔 한인 선수들의 쾌거가 이어졌다. 1월 코리안아메리칸 다니엘 강(Danielle Kang, 힐튼 그랜드)과 리디아 고(게인브리지), 3월 고진영(HSBC), 4월 김효주(롯데), 5월 이민지(코그니전트), 지은희(뱅크오브호프), 6월 이민지(US 여자오픈)와 전인지(KPMG PGA)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한편,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Tottenham Hotspur Football Club)에서 활동하는 손흥민 선수는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에 오른 최초의 아시아 선수가 됐다.
그런가하면, 박정현 셰프의 뉴욕 레스토랑 아토믹스(Atomix)가 2022년 세계 최고 식당(World 50 Best) #33위에 선정되며 미 최고의 식당에 등극했다. 그리고, 학계에선 허준이(June Huh) 프린스턴대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우는 필즈상(Fields Medal)을 수상했다.
그리고, 서울은 이제 뉴욕. 파리, 베를린에 이어 미술의 메카로 부상 중이다. 최근 몇년간 세계의 파워 갤러리들은 서울에 속속 지점을 오픈하고 있으며, 9월 제 1회 프리즈 서울(Frieze Seoul)로 몰려 들었다. 뉴욕타임스는 프리즈 서울의 이불(Lee Bul), 서도호(Do Ho Suh) 등 한인 작가들을 속속 소개했다. 바야흐로 서울은 글로벌 아트 딜러와 아트 컬렉터들의 목적지가 된 것이다.
전(傳)채용신, 팔도미인도(八道美人圖, 디테일), 8폭 병풍, 면본채색, 203.5 x 584cm, 송암문화재단 OCI미술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중에서. 런던 빅토리아&알버트뮤지엄 특별전 '한류, 코리안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자료 사진. Photo: V&A, Victoria and Albert Museum
런던의 빅토리아앤알버트뮤지엄(V&A, Victoria and Albert Museum)에선 9월 24일 한류를 체계적으로 조망한 특별전 'Hallyu! The Korean Wave)'을 개막한다. 이 전시에선 K-Pop, 영화, 드라마, 미용, 패션, 팬덤까지 한국 대중문화를 탐구한다. 전시는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가 2020년 5년간 165만 달러(한화 20억원) 지원 협약으로 이루어졌다. V&A는 앞으로 한국 갤러리를 보수하고, 한국문화 연구 및 조사를 확충할 예정이다.
그리고, 10월엔 뮤지컬 'KPOP'이 브로드웨이 서클인더스퀘어시어터에서 초연된다. 한인 작곡가 헬렌 박/ 맥스 버논과 대본가 제이슨 김이 협업한 'KPOP'은 히트뮤지컬 '렌트(Rent)'처럼 오프브로드웨이를 거쳐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K-팝 스타 루나(Luna)와 한인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된 뮤지컬 'KPOP'은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최초의 아시안 작곡가의 뮤지컬이다.
K-팝 영화도 제작 중이다. '해운대' '국제시장'으로 각각 1천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사 윤제균 감독이 'K-Pop: Lost in America'를 연출할 예정이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할리우드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플래쉬댄스, 피셔 킹,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이 영화는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데뷔 콘서트를 앞둔 K팝 보이밴드가 텍사스 시골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로드무비로 알려졌다. 11월엔 한국의 국립창극단이 브루클린아카데미오브뮤직(Brooklyn Academy of Music)에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Trojan Women)'을 공연한다.
그리고, CJ ENM은 경기도고양시에는 4만2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K-Pop 공연장(아레나)를 포함한 K-컬처 밸리를 건축 중이다. 축구장 46개 총 9만평 규모에 자리할 아레나는 음악-영화-드라마-예능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K-컬처 밸리는 아레나를 비롯, 테마파크, 상업 시설, 호텔 어우러져 조성된다. 2024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도는 K-컬처밸리가 연간 2천만명의 방문객을 창출하는 문화 콘텐츠와 한류 관광의 메카로 발전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한류
2022 센트럴파크 코리아 가요제에서 K-Pop팬들. Photo: Kihoon Oh/ Korean Culture Center New York
오늘날 세계의 도로엔 현대, 기아 자동차가 달리고, 지구촌 사람들은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다. 싸이(Psy)와 BTS가 뉴이어스이브 무대에 올랐던 뉴욕의 심장부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엔 삼성(Samsung), LG, '오징어 게임' 광고가 돌아가고 있으며, 5애브뉴 티파니 본점엔 블랙핑크의 로제의 얼굴이 걸렸다. 브루클린브리지파크에선 부르카를 쓴 아랍계 소녀들이 K-팝을 들으며 피크닉을 한다. 우리 동네 브루클린 하이츠 헬스클럽에서도 리한나의 곡과 K-팝이 흘러나오며, 인도계 의사는 환자인 내게 "우리 가족은 코리안 드라마 팬이다"라며 진찰을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데이빗 벌로(David Berlo)가 1960년에 주장한 정보소통 모델 SMCR(S/송신자-M/메시지-C/채널-R/수신자)를 전복시켰다. 스마트폰으로 신문, 방송, 영화, 인터넷이 손 안으로 들어가는 멀티미디어로 변형됐다.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수신자, 대중이 뉴스를 신속하게 소비할 뿐만 아니라 직접 생산하고, 전달하며,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전달하고 있다. 바야흐로 '참여'와 '공유'의 세상이다. 이처럼 공정한 플랫폼에서 K-컬쳐는 풍부한 콘텐츠, 우수한 콘텐츠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20여년간 세계를 뒤흔든 한류의 배경에는 유튜브(YouTube),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인스태그램(Instagram), 틱톡(TikTok)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이 있다.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소셜 미디어와 플랫폼은 미국, 백인, 서양과 기존 언론 중심의 문화 콘텐츠 독점시대를 종결시켰다. 그리고, 민주적이며 쌍방 소통의 발판으로, 팬덤을 조성했고, 한류를 세계로 확산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자메이카 출신 레게(Reggae) 가수 밥 말리(Bob Marley, 1945-1981)는 미국과 영국 주도의 팝 음악 역사에서 최초의 제 3 세계 출신 뮤지션이었지만, 36세로 요절했다. 오늘 한국이 길러낸 아이돌 그룹들이 하나의 음악 장르로 탄생시킨 K-Pop은 글로벌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대중음악의 유니버스를 재편성하고 있다.
유튜브(YouTube) 없는 싸이, BTS, 블랙핑크 등 K-Pop 성공은 상상할 수 없듯이, '오징어 게임'와 '킹덤' 성공의 배경에는 넷플릭스(Netflix)가 있다. 언제 어디서나 내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이 세상의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 지구촌 사람들은 손바닥 극장에서 "더 재미있는" 한국산 드라마에 중독되어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디지털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의 파고는 높이 높이 치솟았다.
코리아넷(korea.net)은 2011년 국내외 거주 외국인 42명으로 시작한 다국어(영어/불어/중국어/일본어/아랍어/스페인어/러시아어/화란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 글로벌 한류 네트워크로 한국문화 홍보 명예기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기자단의 수는 2022년 현재 122개국 4천834명에 달하며, K-인플루언서는 103개국 1천856명에 달한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로 한국문화를 홍보하는 임무를 띠고 움직인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K-팝 팬들의 팬덤(fandom)이 한류를 달구고 있다.
코리아파운데이션(Korea Foundation,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외교부와 공동으로 발간한 '2023 지구촌 한류 현황'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세계 한류팬은 세계 118개국에 2억 2천500만명에 달한다. 이는 2012년 926만명 대비 약 24배 증가한 수치다. 전 세계 한류 팬클럽(동호회) 수는 1,748개로 2012년 757개 대비 2.3배 증가했다. <Update>
"다 계획이 있었구나" 1990 문화발전 10개년 계획
오늘날 한류가 지구촌의 신드롬이 된 것에는 예술인들의 재능, 그들을 발굴하고 지원한 프로듀서들, 소셜미디어 플랫폼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김씨 송강호의 대사처럼 한국 정부에는 계획이 있었다. 1990년 1월 노태우 정부는 문화행정을 전담할 독립부서로 문화부를 발족했으며, 이어령 교수가 초대 장관으로 취임했다. 문화부는 '모든 국민에게 문화를' 슬로건으로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고급 예술인력의 조기양성, 문화행정 전문인 양성, 국산영화의 국제경쟁력 강화, 소극장 시네마테크 운동지원, 무형문화재 종합전수시설 건립, 인간문화재 활동지원, 원로예술인 활동 지원 등을 통해 문화복지 국가를 실현한다는 정책이었다. 한류라는 거목의 씨앗 뿌리기는 여기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어령 문화부 장관은 예술 영재들을 키우기 위해 특수 예술학교 설립을 주도했고, 1993년 한국예술종합학교(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를 설립했다. 음악원/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의 6개 단과대에서 예술실기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한예종은 피아니스트 임윤찬, 김선욱, 문지영, 손열음, 클라라 주미 강, 무용수 김기민, 박세은, 배우 이선균, 박소담(기생충) 등 한류를 이끌어갈 걸출한 인재들을 배출했다. 이로써 한예종은 오늘날 줄리아드학교, 모스크바국립음악원, 파리고등음악원, 영국왕립연극원 등 명문 예술학교 부럽지 않은 인재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이후로도 한국 정부는 문화중심 정책을 펼쳐왔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KOCIS)은 글로벌 한류의 베이스캠프가 되었다. 1971년 문화공보부 소속 해외공보관의 기능은 국가시책과 국가발전상의 해외홍보, 민족문화의 해외홍보, 국제기반의 확충이었다. 1979년 동경, 뉴욕 문화원으로 시작, 1998년 공보처 폐지에 따라 문화관광부 소속 해외문화 홍보원으로 운영됐다.
2017년 3월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정영양 자수 박사 특별전 'The Movement of Herstory: Korean Embroidery' 오프닝 리셉션에서. Photo:Sukie Park/ NYCultureBeat
2008년 12개곳에 불과했던 재외 한국문화원(Korean Cultural Center)은 2022년 9월 현재 세계 28개국, 33개로 증가, 전시-공연-영화 상영-강연 등을 무료로 개방하며 한류의 저변 확산에 가속화했다. 특히 뉴욕한국문화원(Korean Cultural Center New York)은 세계 문화의 중심지 뉴욕에서 한류 확산의 전초기지가 됐다.
또한, 1957년 한미 기업인들의 이해와 협력 증진을 위해 창설된 뉴욕의 코리아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도 전시회, 영화제, 토론회 등으로 한국문화를 홍보해왔다. 뉴욕의 재팬 소사이어티(Japan Society)와 차이나 인스티튜트(China Institute)는 행사가 유료이며, 독일문화원 괴테 인스티튜트(Goethe-Institut), 프랑스문화원 알리앙스 프랑세즈(French Institute Alliance Française)는 자국어 강습에 치중해온 것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그리고, 1973년 뉴욕한국학교(Korean School of New York)를 설립, 2,3세들에게 한글뿐만 아니라 한국문화 교육으로 코리안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한 허병렬 교장, 미국에서 한국 자수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정영양 박사/설원재단(Seol Won Foundation) 이사장, 강콜렉션(Kang Collection)을 설립, 미국와 영국의 메이저 뮤지엄에 한국미술을 판매해온 강금자 대표, 신인 한인아티스트들을 발굴 육성해온 이숙녀 알재단(AHL Foundation) 대표, 2001년부터 브루클린 덤보 페스티벌을 주최해온 화이트웨이브무용단(White Wave Dance Company)의 김영순 대표, 국악과 전통춤을 미국 곳곳에 알려온 뉴욕한국공연예술센터(Korean Traditional Performing Arts Association)의 박수연 원장, 뉴욕한국국악원의 박윤숙 회장, 뉴저지 우리가락 한국문화예술원(WooriGarak Korean Cultural Art Center)의 강은주 회장 등등 수많은 문화예술인과 단체들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백범 김구의 소원과 마틴 루터 킹의 꿈
김구, 백범일지, 1997, 돌베개/ Martin Luther King Jr., A Testament of Hope: The Essential Writings and Speeches, 2003, HarperOne
뉴욕의 한인으로 한류의 파도가 밀려올 때 늘 떠오르는 인물은 백범 김구(白凡 金九, 1876-1949) 선생이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백범 김구와 인종차별에 비폭력으로 저항했던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 목사가 오버랩된다.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 소원과 꿈을 갖고 연설했던 두 인물이다. 백범 선생은 1949년 6월 서울에서 암살됐으며, 킹 목사는 1968년 4월 멤피스에서 암살됐다.
문화민족주의자이며 사해동포(四海同胞)주의자였던 백범 선생의 '내가 원하는 우리 나라'는 오늘의 한류를 예견한듯 하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 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김구, 백범일지(白凡逸志, 1947), '나의 소원' 중 '내가 원하는 우리 나라'-
한편, 흑인인권을 위해 투쟁했던 마틴 루터 킹의 꿈은 #BlackLivesMatter 시대, 한류 신드롬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피부색을 넘어서 재능으로 평가되며 자민족우월주의에 기초한 미 문화제국주의의 지도를 바꾸고 있지 않는가? 그것은 한류가 지구촌에 가져온 선물이기도 하다. 한류는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글로벌 드림'을 꿈꾼다.
"...친구들이여, 오늘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절망의 골짜기에서 몸부림치지 맙시다. 우리가 오늘과 내일 역경에 직면할지라도 저에겐 여전히 꿈이 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에 뿌리 깊은 꿈입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일어나서 "우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자명한 진실을 지지한다"는 신조의 진실한 의미를 실현하며 살게될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저의 네 어린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으로 평가받게 되는 날이 오는 꿈이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I Have a Dream, 1963-
반도국이지만, 분단되어 북으로 갈 수 없는 자그마한 섬같은 나라, 한때 전쟁의 상흔에서 고전했던 한민족이 오늘 지구촌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세계인들은 한국인들의 노래와 춤, 영화와 드라마에 흠뻑 빠졌고, 한국산 화장품과 패션, 한식과 사우나에 열광한다. BTS,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K-Pop, 영화, 드라마, 게임, 웹툰, 클래식 음악, 발레, 오페라, 골프, 음식... 한인들이 국제 무대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K-컬처가 활화산처럼 용솟음치는 한국은 문화강국 (Cultural Powerhouse, Cultural Superpower)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이 과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피렌체, 19세기 파리, 2차 세계대전 후 뉴욕처럼 세계 문화의 메카가 될까? 유럽과 북미 중심의 문화제국주의를 전복시키고 있는 한류, 오늘의 다이나믹한 한류 신드롬을 목격하는 것은 종종 어질어질하지만, 참으로 신나는 일이다.
박숙희/ Sukie Park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과를 수료했다. <월간 영상>, <포토뮤직>, <비디오 플라자>, <시네마> 등 잡지에서 기자로 일했고, <주간 영화소식>(영화진흥위원회 발행)에 2년간 '세계의 영화감독’ 시리즈를 연재했으며, <월간 스크린>에 세 감독(우디 알렌, 로만 폴란스키, 데이빗 린치) 작가론을 기고했다.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이규원, 채시라 진행)과 MBC-TV ‘출발! 비디오 여행’(홍은철, 정은임, 이일화 진행) 작가로 일했다. 영화인과 문인 33인의 수필집 <나를 움직인 이 한편의 영화> (1990, 정민사)를 편집했으며, 도쿄국제영화제 (1989, 1991), 홍콩국제영화제(1993) 취재, 제1회 삼성단편영화제 영시네마 부문 심사위원(1995)을 지냈다. 1996년 뉴욕으로 이주한 후 Korean Press Agency와 <뉴욕중앙일보> 문화 & 레저 담당 기자를 거쳤다. <비디오 플라자>, <시네 21>, <필름 2.0>의 뉴욕통신원으로 기고했으며,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 박사를 회고하는 미국 내 제자들의 수필을 모은 <선생님 그리기: 우리를 움직인 스승 김활란> (1997)을 편집했다. <뉴욕타임스>의 광고 섹션 ‘Inside Korea’(2013)에 한인 화가, 배우, 뮤지션, 큐레이터, 셰프, 패션디자이너 등의 인터뷰를 8회 기고했다. 2012년부터 뉴욕의 문화, 레스토랑, 와인, 쇼핑과 여행에 관한 웹사이트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com)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6월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방탄소년단(BTS),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지성사)를 출간했다.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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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8150433
[신간 안내]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방탄소년단(BTS),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Lounge2&document_srl=4097797
[NEW Book] '33Keys to Decoding the Korean Wave: Beyond BTS, Parasite and Squid Game'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Zoom&document_srl=4097451
[언론 보도]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한국 중앙일보(중앙Sunday), 뉴욕 중앙일보, LA 중앙일보, 밴쿠버 중앙일보, 뉴욕일보, LA한국일보, 라디오 코리아...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CulBooks&document_srl=4097741
[Media Coverage] '33Keys to Decoding the Korean Wave: Beyond BTS, Parasite and Squid Game'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document_srl=4097755&mid=Lounge2
[서점 통신]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출간 이후
교보문고(반포 지점) 비치/ 알라딘 주간 베스트 인문-문화이론 부문 40위(6/13)/ 알라딘 첫 리뷰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Lounge2&document_srl=4098111
*[들어가는 글] 뉴욕에서 한류를 목격하며...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Focus&document_srl=4099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