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익중/詩 아닌 詩
2023.04.05 11:10

(667) 강익중: 봄의 발라드

조회 수 126 댓글 1

詩 아닌 詩 (68) 봄의 발라드 Ballards of Spring 

 

Untitled 4-4-2, 2023, 6 x 6 in, Digital Image on Paper.jpg

Ik-Joong Kang, Untitled 4-4-2, 2023, 6 x 6 in, Digitally Printed Image on Paper

 

 

 

얼었던 땅들이 녹기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

 

움츠렸던 나무들이 기지개를 편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떠났던 봄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만으로도 

산다는 게 살만하다

 

 

Untitled 4-4-3, 2023, 6 x 6 in, Digital Image on Paper.jpg

Ik-Joong Kang, Untitled 4-4-3, 2023, 6 x 6 in, Digitally Printed Image on Paper

 

 

봄비 

 

이 비가 

느닷없이 

전쟁처럼 내리면

천둥과 번개는 덤

산과 들은 입술을 꽉 깨물고

가만히 온몸으로 받는다

 

이 비가 

그러다가

평화처럼 멈추면

햇살과 바람은 덤

산과 들은 다시 서로를 보듬고

봄꽃을 활짝 피우고 만다

 

 

Untitled 4-4-1, 2023, 6 x 6 in, Digital Image on Paper.jpg

Ik-Joong Kang, Untitled 4-4-1, 2023, 6 x 6 in, Digitally Printed Image on Paper

 

봄이 되면 졸린 이유

 

햇살에 눈을 찡그려서다

봄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눈 감으라는 거다 

부질없는 세상 뉴스 멀리하라는 얘기다

아지랑이가 흔들리며 최면을 걸어서다

바람이 같이 자자고 꼬시는 거다

커피 석 잔에 잠을 설쳐 그런 거다

겨우내 봄나물을 눈 빠지게 기다려서다

나이 들면 다 그런 거다

 

 

 

?
  • sukie 2023.04.11 08:52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T S Elliott은 그의 황무지란 시에서 읇었지만 강익중 작가의 봄을 읽고나니까 상쾌하고 따뜻한 4월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보라빛으로 그림을 메꾸어서 보라꽃 향기가 올라옴을 맡으면서 봄시를 계속 읽고 있습니다.
    산과들은 다시 서로를 보듬고~ ---보듬고 넘 좋아요.
    봄을 만끽하러 뉴왁에 위치한 브런치 브룩 파크에 놀러갔습니다. 벛꽃이 활짝 만개해서 나를 반겼습니다. 분수가 치솟는 호수가를 걷고 또 걸었습니다. 강 작가님의 산과 들은 다시 서로를 보듬고란 귀절이 생각나서 높은 하늘과 넓게 펼쳐진 잔디를 보면서 이둘도 서로를 보듬는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