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5008 댓글 0

가을엔 여행을 떠나요 <2> Deer Head Inn (Poconos, PA)

 

 

IMG_2051.JPG 재즈가 있는 여인숙

디어 헤드 인  DEER HEAD INN

 

뒤는 포코노 마운틴, 앞에는 델라웨어 강물이 흐르고..

 

000IMG_2094.jpg

 

홍상수 감독의 신작 '자유의 언덕'이 올 뉴욕영화제에 상영되면서 통산 여덟번이나 초대된 것으로 기록됐다. 

1988년 이장호 감독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가 한국영화로는 처음 초대됐었다. 서울 올림픽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랬을까? 이제하씨의 소설을 원작으로 김명곤, 이보희씨가 출연한 작품. 조금 난해했다. 

 

 

coffins5.jpg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이장호 감독이 뉴욕 영화제에 다녀온 후 잡지 '스크린'에서 "나그네도, 한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나그네와 한은 타민족이 이해하기 쉽지 않는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나그네를 영역하면 traveler가 되겠지만, 유흥적이며, 낙천적인 여행자와는 다른 고독하고, 철학적이며, 해탈한듯, 약간은 염세적인 이방인의 느낌을 준다. 

 

 

 002Accidental-Tourist.jpg 우연한 여행자

 

1988년 할리우드에서 나온 윌리엄 허트, 지나 데이비스, 캐서린 터너 주연의 영화 '우연한 여행자(Accidental Tourist)'에서 허트는 여행 가이드북 작가다. 아이를 사고로 잃고 별거하게 된 부부, 작가는 아내와 정반대 성격의 여인에게 개를 맡기면서 처음에 거부감을 주었던 그 여인에게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아내와는 달리 자신을 깜짝깜짝 놀라게 해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다니.  삶이란 시나리오 없는 여행이며, 우연이 필연이 될 수도 있는 것. 

 

 

IMG_2011-400.jpg

 

어디론가 자동차 여행을 할때는 제일 먼저 잘 곳을 예약해야 할 것이다. 지난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즈음해서 와이너리가 운집한 뉴욕주 핑거레이크(Finger Lake)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가 머무르고 싶었던 핑거레이크의 벨허스트(Belhurst) 호텔은 객실이 하룻밤 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떠나다가 데이즈 인 같은 아무 곳에나 오토바이족들처럼 이지 라이더들처럼 하룻밤 묶기로 했다. 

말하자면,  '우연한 여행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IMG_2005.JPG

 

잘 곳이 없는 나그네, 우연한 여행자의 묘미란 계획성에 따르기보다 즉흥성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가다가 정차하고, 전망대에 서보기도 하고, 가볍게 등산해 올라가 폭포도 구경하고, 지나가다 맛있어 보이는 집에 들러볼 수 있다. 마감시간에 쫒기지 않는 글쓰기라고나 할까. 한층 여유로와지는 것 같다. 무계획성이 주는 자유로움이란...

 

 

IMG_2006.JPG

 

핑거레이크로 올라가기 전 펜실베니아 포코노를 지나다가 친구가 생각해낸 곳이 디어 헤드 인(Deer Head Inn)이었다. 

델라웨어 강 인근의 이 작은 B&B(Bed & Breakfast)는 재즈 명인들이 연주했다는 명소다. 우리는 여행 중 체인 호텔보다 운치있는 집같은 B&B를 선호한다. 

 

메모리얼 데이 즈음이라 방이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그저 핑거레이크로 올라가기 전 디어 헤드 인에서 재즈 콘서트를 보며 쉬어갈까? 널따란 델라웨어 강을 끼고 드라이브하다 보니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피서객들이 상당수였다. 캠핑, 낚시, 래프팅 등 델라웨어 강에서 즐길 수 있는 레포츠도 다양하다. 

 

 

 

 

00IMG_2032 (2).jpg 

델라웨어 워터 갭(Delaware Water Gap)의 마운틴 로드를 따라 가다가 메인스트릿(PA 611) 코너에 자리한 디어 헤드 인은 

하얀색이 정겨운 호텔이었다. '모가지가 길어 슬픈' 사슴 얼굴에 'JAZZ'라는 사인이 걸려있는 것이 숙박 자체보다 더 긍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IMG_2050.JPG 

포코노 산으로 아팔래치안 트레일(버지니아-메인)이 바로 옆으로 지나가며, 앞으로는 델라웨어 강이 흐르는 위치는 단연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이다. 풍수가 좋아서 60년 이상 재즈의 메카가 된 여인숙이 되었을까?

 

 

IMG_1992.JPG 

재즈 바로 들어갔더니 입구에 한인 재즈 뮤지션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의 사진이 붙어있어서 반가왔다.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Keith Jarret)이 디어 헤드 인에서 콘서트한 앨범을 냈다니, 유서 깊은 곳임에 틀림 없다. 

 

*PEOPLE: 재즈 뮤지션 그레이스 켈리를 아시나요?

 

IMG_1990.JPG 

호텔이지만, 리셉션 데스크가 따로 없고 재즈 클럽의 바텐더들이 리셉션까지 한다. 저녁 때 연주할 피아니스트가 튜닝을 하는 클럽에서 바텐더에게 "방이 있나요?"하고 물어 보니 "재즈 패키지(Jazz Package)가 있다고 했다. 방+재즈 콘서트 입장료+저녁식사/$65 바우처+아침식사/$7.50 크레딧=$189-$199라고. 즉흥성을 즐겼지만, 순간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나그네에게 잘 곳이 있다는 것은 큰 부담을 더는 일이다.

 

 

IMG_2059.JPG 

메인 스트릿(PA 611)과 마운틴 로드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디어헤드인.

 

'재즈 뮤지션들의 메카' 디어 헤드 인의 역사는 깊다.

1953년 밥과 페이 레어 부부가 디어 헤드 인을 매입한 후 재즈의 전설로 만들었다. 1962년 밥 레어가 피아니스트 존 코아테스 주니어를 고정 피아니스트로 고용해서 30여년간 밤마다 연주했다. 색소폰주자 스탠 게츠, 필 우즈, 조지 영, 넬슨 힐에서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 기타리스트 해리 리에이, 드러머 빌 굿윈, 베이시스트 스티브 길모어 등이 디어 헤드 인 무대에 올랐다.

 

00000000000at-the-deer-head-inn-1992-9-16.jpg  00000000000DEERHEAD_RECORDS_RED-300x250.jpg

1992년 9월 16일 키스 자렛의 디어헤드인 녹음 앨범 재킷.

 

1992년 디어 헤드 인에서 자란 밥과 페이의 딸 도나와 그녀의 남편 크리스 솔리데이가 이어받아서 팻 메시니, 마크 머피, 빌 찰럽 등 유명 뮤지션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다, 2005년 클럽의 오랜 팬이었던 데니와 메리 카리그 오누이, 밥 만쿠소와 제이슨 윌슨 부자 등 4인이 합세해서 매입하고, 보수 공사를 거쳐 재즈 여인숙으로 변모하게 된다. 60여년이 흐른 지금도 포커스는 재즈다. 

 

가을날 델라웨어 강의 도도한 물소리를 들으며, 그 옆의 철길을 걷다가, 폭포들을 만난 후 재즈로 감성의 목을 축이고 싶은 곳 디어 헤드 인이다.

 

 

디어 헤드 인과 이웃 하이라이트                                                                                         

 

 

사슴 머리 여인숙 DEER HEAD INN

 

IMG_1995.JPG

 

IMG_2058.JPG

옆으로는 아팔래치안 트레일이 지나는 디어헤드인에서는 재즈팬들 뿐만 아니라 등산객들에게도 FOOD, JAZZ, LODGING를 제공하는 차밍한 B&B다. 

 

IMG_1988.JPG

클럽 앞의 발코니에서 클럽에 들어가지 않고, 음료를 마시는 이들도 있다. 아침식사를 '알 프레스코'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IMG_1996.JPG 2층 발코니의 로맨틱한 테이블

 

IMG_2078.JPG

방은 심플하지만, 복도에선 우아한 인테리어 감각이 드러난다.

 

IMG_2077.JPG 재즈 테마의 소품도 액센트

 

 

재즈 JAZZ

 

IMG_2043.JPG

 

IMG_2048.JPG

디어 헤드 인에서 녹음하는 뮤지션들도 많다. 5월 31일 재즈 보컬리스트 나즈와 파킨스가 앨범을 녹음했다. 나즈와 파킨스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주제가 'Moon River'를 부르고 있다. 

 

 

*Najwa Parkins : The After Hours Trio + One "Key Largo" (YouTube)

 

 

 

먹거리 FOOD

 

IMG_2063.JPG

재즈 콘서트 중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시저 샐러드. 훈제 연어를 추가로 올렸다.

 

IMG_2064.JPG

게살이 들어간 주머니 크랩 타르틀렛(Crab Tartlet)과 그린 샐러드.

 

IMG_2069.JPG

아침식사 메뉴 'The Morning Cure'엔 등산객들을 위한 'The Hungry Hiker'도 마련되어 있었다.

 

세가지 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내 맘대로 오믈렛(Build Your Own Omelets)과 프렌치 토스트를 주문했다.

 

IMG_2072.JPG

딸기와 블루베리 토핑의 통밀 프렌치 토스트.

 

IMG_2075.JPG

맘대로 주문하세요~ 베이컨, 시금치, 버섯 오믈렛. 

 

 

Castle Inn 아이스크림 & 골동품 가게 

 

IMG_1967.JPG

디어헤드인의 건너편에 있는 캐슬 인(Castle Inn)은 1906년 독일 건축가 로버트 브루크너가 설계한 유서 깊은 호텔이었다. 

'오페라의 왕' 엔리코 카르소가 노래했고, 권투 시합도 열렸던 고급 호텔로 수영장, 볼링장, 당구장까지 갖춘 고급 휴양지였으나, 지금은 아이스크림 가게와 골동품 가게, 갤러리 등이 있다. 

 

 

IMG_1980.JPG 

IMG_1976.JPG

조즈 아이스크림 엠포리움(Zoe's Ice Cream Emporium)은 빅토리안 스타일의 인테리어로 인형의 집처럼 예쁘장한 아이스크림 가게다. 초컬릿으로 더 유명한 펜실베니아 허쉬(Hersey)의 아이스크림 중 프리미엄 골드만 판매한다. 뉴욕의 맛있는 아이스크림에 대해 자부했지만, 허쉬 아이스크림의 맛에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였다.

 

IMG_1971.JPG 

 

IMG_1974.JPG  IMG_1975-225.jpg

재즈 명소 앞에 있는 만큼 캐슬 인의 골동품 가게에도 키보드와 색소폰 등 악기들이 나와 있었다. http://castleinndwg.com

 

 

Overlook & Waterfalls 전망대와 폭포

 

IMG_1935.JPG

Resort Point Overlook 디어헤드인 인근의 전망대. 건너편 산을 오르면, 아래의 폭포를 볼 수 있다.

 

IMG_1940.JPG

 

IMG_2022.JPG

이곳은 디어헤드인에서 건너편 델라웨어강변으로 내려가 철로를 따가가다 본 폭포. 아마도 위 폭포가 내려오는 것 같다.

 

 

Apple Pie Bakery 애플 파이 베이커리

 

IMG_2086.JPG

디어헤드인에서 5분 내 거리에 있는 애플 파이 제과점에서는 애플 파이 한 조각을 사면, 핫도그를 보너스로 주었다. 5월의 애플 파이 맛은 별로였지만, 공짜 칠리독은 상당히 맛있었다. 사과철인 가을엔 파이의 맛도 더욱 좋을듯.

Apple Pie Bakery 52 Broad St, Delaware Water Gap, PA  (570) 476-9440, http://www.villagefarmer.com

 

 

IMG_2088.JPG

칠리 독과 애플 파이

 

 

Trolley 트롤리

 

IMG_2090.JPG

 

델라웨어워터 갭 트롤리를 타면, 인근 하이라이트를 관광할 수 있다. 애플 파이 베이커리 옆에 정거장이 있다. 

http://www.watergaptrolley.com

 

 

Sky 하늘

 

IMG_2056.JPG

DEER HEAD INN

5 Main Street, Delaware Water Gap, PA 18327

570.424.2000, http://deerheadinn.com

 

 

 *가을엔 여행을 떠나요 <1> 밀포드(펜실베니아):호텔 포셰르, 링컨성조기, 그레이 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