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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임/창가의 선인장
2024.06.24 10:43

(717) 이수임: 프라다 짝퉁 여사

조회 수 39 댓글 1

창가의 선인장 (147) 미니멀 라이프 

 

프라다 짝퉁 여사 

Son & mom, 2024, digital painting.jpg

Soo Im Lee, Son & Mom, 2024, digital painting

 

명동 골목을 기웃거리다가 친구 둘과 식당에 들어갔다. 각자 다른 음식을 주문했다. 식사 시작하기도 전, 웨이트리스가 청구서를 나에게 줬다. 청구서를 받아 내 옆에 놓는 나에게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친구가 말했다. 

 

“그거 이리 줘.”

“왜. 그냥 여기에 놔두고 밥 먹자.”

“이리 줘. 네가 영수증을 가지고 있으면 불편해서 내가 밥을 편히 먹을 수 없단 말이야.”

“누가 내면 어떠냐. 선물도 사가지고오지 않았는데.”

 

친구는 기어코 청구서를 뺏어 갔다. "밥값 영수증을 본인이 들고 있어야 편히 먹을 수 있다"는 친구의 말 한마디가 문득문득 가슴을 두드리며 떠오른다. 

 

나는 단 한번도 한국에 나갈 때 친구들 선물을 챙겨 간 일이 없다. 쇼핑하는 것을 싫어하고,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결국 쓰레기를 들고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서다. 그 대신 항상 밥값을 내려고 하지만, 친구들이 그것 또한 허락하지 않을 때가 있다. 

 

미국 온 뒤 처음 서울을 방문 했을 때 친구 남편이 빈정거리는 말투로 질책했다. 

“사람이 어째 빈손으로 올 수 있어. 다문 넥타이라도 하나 사 오지 않고.”

 

아마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였는지? 어떠한 비난을 들어도 절대로 선물은 챙기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원래 주고받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도 한몫한다.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올 때도 양말 한 짝 사가지고오지 않는다. 비행기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가방 한 개 이외는 또 다른 짐을 더 만들고 싶지 않다. 쇼핑할 시간도 없고 사고 싶은 것도 없다. 뉴욕에서 심플한 디자인 옷을 더 싸게 구입 할 수 있다. 미국에 살아야 하는 팔자려니 생각하고 식재료도 뉴욕에서 사서 먹는다. 조금 더 질 좋은 것을 먹는다고 건강해질까? 입보다 마음의 평화가 우선이다. 

 

“엄마도 브랜드 네임 좋아해요?”

 

아이의 질문에 무슨 말인지 몰라 

“왜?.”

“엄마 프라다 신발 신었잖아요.”

“프라다? 이게 프라다 신발이니? 저번에 한국 갔을 때 홍대 앞 신발가게에서 3만 원짜리 신발 디자인이 너무 괜찮기에 사서 신고 왔는데. 짝퉁 프라다인가 봐?”

“진짜인 줄 알았어요. 엄마가 신으니까, 가짜로 보이지 않아요.”

 

모파상의 진주 목걸이처럼 진짜냐, 가짜냐에 따라 인생의 항로가 바뀌는 것보다는 아예 미리부터 3만 원짜리 짝퉁 신고 마음 편히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쳤다.

 
 

이수임/화가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 전공으로 학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뉴욕대에서 판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대학 동기동창인 화가 이일(IL LEE)씨와 결혼, 두 아들을 낳고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서 작업하다 맨해튼으로 이주했다. 2008년부터 뉴욕중앙일보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https://sooimlee3.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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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4.06.27 09:31
    프라다 짝퉁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한국갈 때와 미국에 올 때마다 선물이 골칫거리입니다. 서울의 형제나 친구들은 아무것도 사오지 말라고 하지요. 그러나 빈손으로 나가서, 만나면 얼굴색이 달라짐을 직감해요. 막내 여동생은 대놓고 '순악질 여사'라고 해서 깔깔 웃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저는 타이레놀과 아스피린을 사가지고 가서 선물해요. 좋아하더라고요. 미국에 올 때는 남대문시장에서 양말, 마후라, 손수건 등을 사와서 선물해요. 나도 올해부터는 선물이란 테두리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