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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62 (9/27-10/14): Anora ★★★★ 

 

브루클린 스트립걸 아노라의 '신데렐라 드림'

션 베이커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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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ra by Sean Baker, NYFF62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Palme d'Or) 수상작인 미국감독 션 베이커(Sean Baker)의 '아노라(Anora)'는 신데렐라 스토리다. 그러나, 디즈니 영화 속의 해피엔딩이 아니라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처럼, 야구 경기처럼 홈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맺는다. 그래서 '아노라'는 코니아일랜드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처럼 흥분을 만끽하다가 지상으로 내려오게 되는 일종의 희비극이다.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 인근 브라이튼비치살며 스트립 댄서로 일하는 아니(아노라, 미키 매디슨 분)는 어느날 러시아 재벌의 아들 이반(바냐, 마크 아이델쉬테인 분)을 만나 라스베가스에서 결혼까지 한다. 그러나, 결혼을 무효화시키려는 이반 부모의 하수인들이 찾아오며 아니의 신데렐라 드림은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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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ra by Sean Baker, NYFF62

 

이반은 클럽에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콜걸을 원했고, 아니는 클럽의 규칙을 넘어서 이반과 관계를 맺었다. 아니에겐 섹스, 이반에겐 돈, 두 청춘은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거래를 했다. 아니는 호화 맨션에서, 파티에서 쾌락주의의 절정을 맛보고 마침내 라스베가스에 갔다가 즉석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이반은 섹스, 파티와 비디오게임에 탐닉하는 방탕아에 불과했다. 아니는 이반의 부모와 뉴욕 하수인들의 협박과 공작에 끝내 굴복하게 되는데, 그 하수인 중 이고르(유라 보리소프 분)가 아니를 심상치 않은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아노라'는 게리 마샬 감독,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프리티 우먼(Pretty Woman, 1990)'을 떠올린다. '프리티 우먼'에서 매춘부 비비안과 사업가 에드워드는 할리우드 불러바드의 홍등가에서 처음 만났고, '아노라'의 아니와 이반은 뉴욕의 스트립 클럽에서 만났다. 에드워드는 비비안을 일주일간 파트너로 고용하고, 이반은 아니를 일주일간 애인으로 1만5천달러에 계약한다.

 

할리우드에서 '프리티 우먼'은 해피엔딩이지만, 뉴욕에서 '아노라'는 씁쓸한 엔딩을 맞는다. 눈 내리는 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은 아니를 오페라의 비극적인 주인공처럼 보이게 한다. 아니의 백일몽은 끝났어도, 물질주의와 욕망의 말로를 체험한 셈이다. 관객은 '아노라' 속편을 기대하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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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ra by Sean Baker, NYFF62

 

'아노라'는 젠틀맨즈 클럽의 파노라마 씬, 아니와 갱스터들의 1당 3의 옥신각신, 좌충우돌은 섹스+폭력의 롤러코스터 라이드처럼 흥미진진하다. 러닝타임이 139분에 달하는데도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로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간다. 시나리오를 쓴 션 베이커 감독의 캐릭터 연구가 이들의 연기로 결실을 맺었다.

 

스트립걸 아니 역의 미키 매디슨(Mikey Madison)은 몸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불꽃 튀게 스크린을 누빈다. 매디슨의 거침없는 아우성은 '아노라'를 트래직 코미디로 만드는데 공헌한다. 티모시 샬라메와 젊은 시절의 밥 딜런을 연상시키는 이반 역의 마크 에이델슈테인(Mark Eydelshteyn), 차가운 미소에 따뜻한 감성이 있는 율 브리너를 닮은 이고르 역의 유라 보리소프(Yura Borisov), '내 사촌 비니(My Cousin Vinny)'의 조 페치같은 토로스 역의 카렌 카라굴리안(Karren Karagulian), 가닉 역의 바체 토브마시얀(Vache Tovmasyan)까지 3인조의 연기도 감칠맛을 준다.    

 

뉴저지 서밋에서 태어나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션 베이커 감독은 시나리오도 직접 쓴다. 그는 주로 매춘부, 빈곤, 소외받은 사람들 이야기를 따사롭게 그려낸다. 2017년 작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에선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인근의 모텔에 장기 투숙 중인 스트리퍼 출신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파스텔톤으로 따뜻하게 담았다. 그는 '디즈니 월드'로 대표되는 선샤인, 꿈, 희망의 세계 옆에는 그림자 속에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아노라'는 2011년 테렌스 말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 이후 13년만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미국영화가 됐다. 올해의 심사위원장은 '바비(Barbie)'의 그레타 거윅(Greta Gerwig) 감독이었다. 뉴욕영화제 이후 10월 18일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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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RA

September 28, 6:15 PM, September 29, 12:00 PM, October 8, 2:00 PM 

Q&A with Sean Baker and Mikey Madison on Sept. 28 & 29

https://www.filmlinc.org/nyff2024/films/anora

 

*뉴욕영화제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 가난한 사람들의 무지개빛 삶 ★★★★★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Film2&document_srl=364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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