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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62(9/27-10/14): Dahomey  ★★★★☆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 다큐 '다호미'

파리 박물관 소장 베냉 유물 26점 송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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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homey by Mati Diop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Parasite)'으로 황금종려상(Palme d'Or)를 수상했던 2019 칸영화제에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Grand Prix)은 '대서양(Atlantics)'의 마티 디옵(Mati Diop) 감독이 받았다. 세네갈계인 마티 디옵은 칸영화제 역사상 흑인 여성감독 최초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그리고, 5년 후 디옵은 다큐멘터리 '다호메이(Dahomey)'로 2024 베를린영화제 금곰상(Golden Bear for Best Film)을 거머쥐었다. 심사위원장은 '노예12년'(2013)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케냐 출신 루피타 뇽오(Lupita Nyong’o)였다. 2등상인 은곰상/심사위원대상(Silver Bear Grand Jury Prize)은 홍상수 감독,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여행자의 필요(A Traveler's Need)'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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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5회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다호메이'의 마티 디옵 감독. Photo: Berlinale

 

'다호메이'는 파리 케브랑리-자크쉬락 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Jacques Chirac) 소장 다호메이 왕국 유물 26점이 아프리카 베냉(Benin)에 반환되는 여정을 담았다. 프랑스는 1892년 서아프리카 베냉의 전신이었던 다호메이 왕국(1600-1904)을 침공해 왕실 유물을 대거 약탈해갔다. 그중에는 다호메의의 왕 글렐(Glele)과 베한진(Béhanzin)의 동상, 그리고 게조왕(Ghézo, 1919-1859) 조각 등국보급 문화재가 포함되었다. 반환된 유물 26점은 베냉의 옛 왕궁도시 아보메이의 박물관에 전시되었다. 

 

마티 디옵 감독은 26점의 문화재 반환 과정을 케브랑리-자크쉬락 박물관 보관소에서부터 포장, 항공 운송, 학자들의 점검 과정을 거쳐 베냉 국민들의 환영 축제와 국가적인 행사, 그리고 뮤지엄 전시와 아보메이-칼라비대학생들의 심포지엄까지 철저하게 카메라로 기록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넘버26이 붙은 게조왕 조각상에 보이스-오버(voice over) 목소리를 입힌 것이다. 즉 문화재를 의인화했다. 유물의 목소리는 아이티 출신 소설가 마켄지 오르셀(Makenzy Orcel)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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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homey by Mati Diop

 

이로써 디옵은 전작 '대서양'에서 보여주었던 마법적 사실주의(magic realism)을 구사한다. '대서양'에서는 부패가 만연한 세네갈 수도 다카에 사는 두 청춘남녀는 사랑을 방해받는데, 초자연적인 힘으로 악인들이 응징된다. 디옵 감독은 초자연적인 힘을 빌어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주제를 강화한다. 연기자 뿐만 아니라 세트, 소품까지 스토리텔링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다호메이'는 허구가 가미된 다큐멘터리다. 

 

'다호메이'는 파리의 밤거리 노점에 펼쳐진 야광으로 번쩍거리는 미니 에펠탑 기념품들로 시작된다. 이어 세느강 유람선 위에서 파티를 즐기는 승객들의 흥청거림이 보인다. 영화 마지막 시퀀스엔 베냉의 밤 바닷가를 걷고 있는 청년의 모습을 담았다. 식민국의 오프닝과 식민지의 엔딩이다. 

 

130여년간 타국의 박물관에 감옥처럼 갇혀있다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문화재 넘버26의 분노가 서린, 나직하고도, 묵직한 목소리는 정의의 심판자같다. 베냉 대학생들은 심포지엄에서 "케브랑리-마즈쉬락 박물관 소장품 7천여점 중 26점만이 반환된 것,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제스추어에 대해 비판한다. 베냉 사람들은 문화재뿐만 아니라 고유어도 잃었다. 이 청년들은 식민국의 언어 프랑스어로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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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homey by Mati Diop

 

관람객들은 말한다. 디즈니 영화, '아바타', '톰 앤 제리'를 보고 자란 청년들에게 문화재의 반환은 그들에게 힘과 권위를 주고, 자신들이 누구인가에 대해, 역사에 대해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어느 관람객은 유물을 보며 15분간 울었다고 토로한다. 

 

'다호메이'는 제국주의의 만행, 피식민국이 잃어버린 것을 상기시키며 유물 반환이 단순한 외교적 절차를 넘어서 본국인에게 가져다주는 정신적인 것에 대해 주목하게 만드는 파워풀한 다큐멘터리다. '다호메이'를 본 후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루브르뮤지엄, 대영박물관(브리티시뮤지엄) 등지에서 아프리카 유물을 보는 마음이 이전같지는 않을 것이다. 상영시간 67분. 

 

 

PS 문화재 불법 반출 이모저모 

 

#문화재의 불법 반출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전쟁 전리품으로 시작되어 제국주의 시대엔 강대국들이 식민지를 개척하며 약탈로 행해졌다.  

 

#프랑스와 영국은 아프리카를 나누어 식민지화했다. 프랑스는 178년 동안 알제리아, 모로코, 튀니지아, 다호메이, 아이보리 코스트, 수단(말리), 기니아, 세네갈, 부르키나 파소, 차드, 카메룬 콩코, 가봉, 마다가스카르 등 아프리카의 35개국까지 통치했다. 한편, 영국은 케냐, 우간다, 소말리아, 짐바브웨, 잠비아, 보츠와나, 감비아, 시에라 레오네, 가나 등 최대 32개국을 속국으로 만들었다. 현재 아프리카엔 54개국이 존재한다. 

 

#UNESCO는 1954년 전시 문화재 보호에 대한 헤이그 협약을 시작으로 1964년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권고를 시작으로 문화재 반환의 틀을 마련했다. 1978년엔 1970년 이전 반출 사례를 다루기위한 기구 유네스코 불법 문화재 반환 촉진 정부간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UNESCO 협약은 강제성이 없는 국제법이다. 

 

#그리스 정부는 1801년 반출되어 런던 브리티시뮤지엄(대영박물관)에 소장된 파르테논 대리석 조각의 반환을 요구해왔으며, 이집트는 1912년 독일 고고학자가 발굴해 베를린 신박물관에 소장된 네페르티티 왕비 흉상을 돌려줄 것을 요구해왔다. 

 

#이탈리아는 1937년 약탈해 로마 콜로세움 인근에 설치했던 이디오피아 악숨제국의 오벨리스크를 2005년에 반환했으며,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은 1972년부터 소장했던 테라코타 도기 유프로니오스 크레이터를 2008년 이탈리아에 돌려주었다.

 

#2006년 에펠탑 인근 장 누벨 설계 빌딩에 개관한 케브랑리-자크쉬락 박물관은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메리카의 유물 100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일부 소장품은 루브르뮤지엄의 Pavillon des Sessions에도 전시 중이다. 2016년 방문객은 115만명에 달한다. 

 

#한국의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14년 집계한 바에 따르면, 해외 유출 문화재는 약 15만6천점이며, 환수된 문화재는 10개국에서 9천745점이다. 

 

DAHOMEY

September 28, 4:15 PM/ October 1, 6:15 PM/ October 3, 6 PM/ October 11, 9:30 PM 

*Q&A with Mati Diop on Sept. 28 & Oct. 1

https://www.filmlinc.org/nyff2024/films/dahom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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