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 오벨리스크 '클레오파트라의 바늘'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센트럴파크 오벨리스크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을 찾아
고국이 어수선한 주말 머리를 식히러 야외로 나가볼까나. 센트럴파크로 단풍놀이 가는 길 메트뮤지엄과 나들이를 겸하는 것은 어떤가?
센트럴파크 산책 때는 꼭 찾아보아야할 이집트 유물이 있다. 이웃한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 들어갔어야 마땅했겠지만, 너무나 커서 들어갈 수 없는 오벨리스크(Obelisk).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옥외 기념비이며, 센트럴파크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조형물이다.
오벨리스크는 그리스어로 쇠꼬챙이. 이집트어로는 '보호'와 '방어'를 뜻하는 ‘테켄(tekhen)’이라 불리운다. 별명 '클레오파트라의 바늘(Cleopatra’s Needle)'을 달고 있는 이 오벨리스크는 센트럴파크에 '숨어 있다'. 메트뮤지엄 뒤편, 81스트릿 뉴욕필 무료 콘서트가 열리는 그레이트론 사이에 설치된 오벨리스크는 여름엔 메트뮤지엄 루프가든에서도 나뭇잎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파리의 콩코드 광장, 런던의 템스강에 세워진 것에 비하면, 초라한 대우다.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은 여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집트의 나폴레옹'인 터트모시스 3세의 재임 30년을 기념해 제작됐다. 사각 기둥에 꼭대기는 피라미드 모양. 69피트, 220톤의 화강암 기념비, 이 오벨리스크는 3500년이 된 유물이다. 기원전 1450년 나일강 유역 헬리오폴리스에 세워졌던 2개의 오벨리스크 중 하나. 비문은 200년 후 라메시스 2세가 전승을 기념하기 위해 새겨졌다. 서기 18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로 이동되어 클레오파트라가 시저를 위해 지었다는 사당 카세리움 안에 설치됐다. 그러다 하나는 1878년 런던 테임스강변에 세워졌다.
센트럴파크 오벨리스크는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식에서 이집트 통치자 이스마일 파샤가 미국에 선물한 것으로 뉴욕까지 건너오게 됐다.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은 철도재벌 윌리엄 밴더빌트의 후원으로 1880년 7월 뉴욕 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32마리가 이끄는 말로 하루에 1블럭씩 이동하며 1개월, 이집트에서 센트럴파크까지 운반에는 총 112일이 걸렸다. 1881년 1월 22일 한겨울 센트럴파크에 똑바로 서던 날 수천명의 뉴요커들이 구경하러 나타났다.
고대 이집트의 영광이 담긴 오벨리스크는 현재 이집트에 6개 뿐이다. 이탈리아(로마 13개)에 16개를 비롯, 영국(3개), 프랑스(2개), 미국, 터키, 이스라엘에 1개씩 선물이나 강탈로 이동해 세워졌다. 워싱턴 DC의 워싱턴 기념비(Washington Monument, 555피트)는 '현대판 오벨리스크'인 셈이다.
오벨리스크 아래에는 1870년 인구센서스, 성경, 웹스터 사전, 셰익스피어 전집, 이집트 관광 안내서, '독립기념 선언문' 팩시밀리 등이 포함된 타임 캡슐이 묻혀졌다. 1989년 센트럴파크보존회가 오벨리스크 주변을 조경하며, 주변을 포장하고, 벤치도 마련했다.
2011년 1월 이집트의 자히 하와스 고대유물최고위원장은 뉴욕의 오벨리스크에 새겨진 상형문자가 산성비로 인해 손상되고 있다며, 고국으로 반송 절차게 들어가겠다고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을 협박하기도 했다. 봄이면, 오벨리스크 주변엔 목련과 크랩애플 트리들이 감싼다. 여름엔 무성한 나뭇잎들에 묻혀서 숨어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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