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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Food Obsession <9> Vincent van Gogh: Potato & Coffee 

 

빈센트 반 고흐: 하늘과 별과 밀밭, 그리고 감자와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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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Self-portrait, 1887/ Still Life- Bloaters on a Piece of Yellow Paper, 1889/ Crab on its Back, 1887/ Café Terrace at Night,1888

 

"사람은 일을 잘 하기 위해서 잘 먹어야 하고, 좋은 집에서 지내야 하고,

가끔씩 도망도 치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평화롭게 커피를 마셔야 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

 

 

#감자와 커피의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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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The Potato Eaters, 1885/ The Potatoe Peeler, 1885/ Peasant Cooking by a Fireplace, 1885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아버지처럼 목사가 되려고 신학을 공부한 후 1881년 27세에 화가의 길로 전향했다. 그는 1890년 사망할 때까지 약 10년 동안 무려 900여점을 그렸다.    

 

반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과 밀밭 등 풍경화, 자화상과 가셰 박사, 우체부 룰랭 등 인물화, 해바라기와 신발 등 정물화까지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폴 세잔처럼 집요하게 사과를 탐구하지는 않았지만, 음식 그림도 상당수였다. 걸작 '감자 먹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사과, 포도, 레몬, 양파에서 청어, 게, 그리고 커피 그라인더까지 그렸다. 빈센트는 음식 그림을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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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Woman Grinding Coffee, 1881/ Still Life with Coffee Mill, Pipe Case and Jug, 1884

 

평생 고통과 절망 속에서 살았던 반 고흐는 음식 취향이 고급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 하나 커피에 대한 집착은 베토벤 못지 않았다. 반 고흐는 닷새 동안 딱딱한 빵과 커피 23잔만으로도 연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고집했던 커피가 예멘 모카 마타리(Yemen Mocha Mattari)이라는 설도 있다. 커피를 가는 여인의 모습과 커피 그라인더가 있는 정물을 그린 것도 반 고흐의 커피에 관한 열정을 보여준다.    

 

반 고흐의 초기 걸작 '감자 먹는 사람들'(1885)은 하루의 노동을 끝낸 후 농부 가족이 감자로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1885년 봄 네덜란드 시골마을 노이넨에서 부모와 함께 살던 반 고흐는 농부 호르트의 집에 방문했다가 가족이 석유 램프 불빛 아래서 감자 먹는 모습을 보았다.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던 반 고흐는 그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그리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사망해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다시 마음을 잡고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은 렘브란트와 밀레처럼 어두운 톤이다. 

 

반 고흐는 파리 체류기간(1886-88) 중 20여점 이상의 자화상을 그렸다. 1887년 밀집모자를 쓴 자화상 뒷면에는 '감자 껍질을 까는 여인(The Potato Peeler, 1885)이 그려져 있는데, 프랑스로 가기 전 네덜란드 노이넨에서 그린 작품이다.  '감자 먹는 사람들'를 완성한 후 반 고흐는 '화덕 옆에서 요리하는 농부(Peasant Cooking by a Fireplace, 1885)'를 그렸다. 그는 "농부 그림에서 베이컨, 연기, 감자 찌는 냄새를 느낄 수 있다면 좋다. 마굿간에서 거름 냄새가 나는 것은 무척 좋다. 그게 마굿간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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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François Millet, The Angelus, 1857–1859/ Vincent van Gogh, The Angelus(after Millet), 1880  

 

"밀레는 아버지 밀레다...젊은 화가들에게 모든 면에서 카운셀러이자 멘토다."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는 농촌의 목가적인 풍경 대신 정직한 농부들의 고단하지만, 신성한 노동을 담았다. 고흐는 1880년대 초부터 농부의 삶을 포착한 프랑스 화가 장 프랑소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14-1875)의 작품을 모사했다. 특히 '만종(저녁 기도The Angelus, 1857-59)'과 이삭 줍는 사람들(The Gleaners, 1857)'에서 크게 감동을 받았다. 반 고흐는 밀레의 리얼리즘뿐만 아니라 자연 속의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소재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1998년 암스테르담의 반고흐뮤지엄과 파리의 오르세뮤지엄(Musée d'Orsay)에선 밀레와 반고흐의 비교 미술전 'Millet / Van Gogh'이 열린 바 있다. 

 

원래 '만종'의 제목은 '감자의 수확을 기도하는 사람들'이었다. 기도하는 그림에 태클을 건 이는 다름 아닌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였다. 달리는 자신이 학교에서 '만종'의 판화를 보았으며, 기도하는 모습이 아니라 아기의 장례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루브르뮤지엄은 X-레이로 캔버스를 투사했고, 그 결과 관처럼 보이는 기하학적인 모양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밀레는 원래 원래 배고픔으로 죽은 아기의 시체와  아기의 죽음에 기도하는 부부의 모습을 묘사했다가 후에 감자 바구니로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은 그 속편 격이다.  

 

'감자 먹는 사람들'의 녹색, 갈색, 회색의 단색조 색채는 반 고흐가 1886년 초 파리로 이주해 폴 고갱, 에드가 드가, 툴루즈 로트렉, 조르쥬 쇠라 등과 만나면서 컬러풀한 캔버스로 전환하게 된다. 

 

'감자 먹는 사람들'엔 감자 먹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커피를 따르는 여인의 모습도 담긴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오른쪽의 피곤에 찌든 여인은 커피를 따르고 있다. 즉, 이 그림은 감자와 커피로 소박하게 식사하는 농가 장면이다. 

 

 

#아를르 카페의 낮과 밤

 

"계속 그림을 그리려면, 이곳 사람들과 함께 하는 아침 식사와 저녁에 찻집에서 약간의 빵과 함께 마시는 커피 한잔은 꼭 필요하다. 형편이 허락한다면 야식으로 찻집에서 두 잔째의 커피를 마시고 약간의 빵을 먹거나 가방에 넣어둔 호밀 흑빵을 먹어도 좋겠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면 그런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1885년 12월 28일,  신성림 편역,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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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Still-Life with Blue Enamel Coffeepot, Earthenware and Fruit, 1888

 

반 고흐는 1888년 2월 파리를 떠나 남프랑스의 시골마을 아를르에 정착, 프로방스 밝은 색채를 캔버스에 담기 시작했다.

그가 옐로 하우스로 이사 들어가면서 사들인 접시, 컵, 피처, 커피 포트를 드렸다. 빈센트 반 고흐는 입맛이 까다롭거나 고급진 편은 아니었고, 돈도 궁색했다. 하지만, 커피 없이는 살 수 없었다. 말라빠진 빵과 커피 23잔으로 닷새를 버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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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The Night Café in Arles, 1888/ Café Terrace at Night, 1988

 

반 고흐는 1888년 9월 자신의 단골 카페 외경을 배경으로 '밤의 카페 테라스'를 그렸다. 그림을 완성한 후 흥분해서 여동생(빌레미나 야코바 "빌")에게 편지를 썼다. 

 

"난 지난 며칠 동안 저녁에 카페 외부를 그렸어. 테라스엔 술 마시는 이들이 거의 없었지. 커다란 노란색 등이 테라스, 파사드와 포장 도로, 그리고 거리의 자갈길에 빛을 드리우며, 보라-분홍빛을 띄었지. 거리의 집집마다 처마는 별들이 총총한 파란 하늘 아래 녹색 나무와 함께 청색과 보라빛을 발했단다. 이제 검은색이 없는 밤의 풍경화가 나온거야. 주변의 옅은 유황색, 레몬녹색과 함께 아름다운 청색, 보라색, 녹색뿐이야, 나는 이곳에서 밤마다 그림 그리는 걸 즐겼어.

 

예전에는 낮에 스케치한 후 밤에 그리곤 했지. 그러나, 이제 난 밤에 곧바로 그리는 것이 잘 맞는다는 걸 발견했단다. 난 어둠 속에서 녹색 대신 청색을, 핑크색 라일락 대신 청색 라일락을 택할 수 있지. 색채의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모파상(Guy de Mauppassant, 1850-1893)의 '좋은 친구(Bel-ami)'를 읽었는지? 그의 재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좋은 친구'는 대로의 조명이 드리워진 카페와 함께 파리의 별이 빛나는 밤에 대한 정확한 묘사로 시작한단다. 이게 내가 방금 그린 그림과 같은 주제란다."

 

포럼광장의 그 밤의 카페는 'Café Van Gogh로 영업하고 있으며, 2014년 서울엔 암스테르담 반고흐뮤지엄과 협력으로 반 고흐 카페(Van Gogh Café)가 문을 열었다. 

 

 

#옐로 하우스와 고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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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Gauguin, Van Gogh Painting Sunflowers, 1888

 

반 고흐는 1888년 10월 아를르에 있는 옐로 하우스에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을 초대했다. 고흐와 고갱은 함께 작업하면서 늘 말다툼을 했다. 밀레의 영향을 받은 고흐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을 고집한 반면, 고갱은 기억에 의존해서 창의적으로 그려내기를 원했다.

 

어느날 고흐는 고갱이 해바라기를 그리는 자신의 모습을 흐리멍텅하게 그린 것을 보고 분노하며 싸움을 벌였다. 그해 12월 고흐는 정신병 발작을 일으키며 자신의 왼쪽 귀를 잘랐고, 병원에 입원했다. 이듬해인 1889년 1월 초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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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Still-Life with a Plate of Onions, 1889, Kröller-Müller Museum, Otterlo

 

퇴원 후 그는 동생 테오에게 다음날부터 정물화 2점을 그리기 시작하겠다고 편지를 썼다. 그 한점은 양파 한 접시를 그린 정물화였다.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를 담은 물건들을 식탁 위에 올려 놓았다. 양파 접시, 테오의 편지, 와인병, 커피 포트, 불타고 있는 촛불, 성냥갑, 그리고 책 한권이다.

 

이 책은 화학자이자 정치인이었던 프랑소아 뱅상 라스파일(François-Vincent Raspail)이 영양과 위생에 관해서 쓴 '보건 가이드(De La Santé)'였다. 고흐는 독서광이었다. 반 고흐의 삶의 의지가 담긴 정물화다. 식탁은 옐로톤에 수평의 붓질, 배경은 블루톤에 세로 붓질이 강렬하다.  

 

 

#포도원과 압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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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The Red Vineyard/ La Vigne rouge, 1888.  The Pushkin State Museum of Fine Arts, Moscow

 

반 고흐는 그의 생애 단 한점을 팔았다. 1890년 '붉은 포도밭(The Red Vineyard/ La Vigne rouge, 1888)'이 브뤼셀의 아트 콜렉터, 인상파 화가이자 반 고흐의 친구였던 안나 보흐(Anna Boch)가 400프랑(벨기에화, 현 2,000 달러 가치)에 샀다. 현재 이 그림은 모스크바 푸쉬킨뮤지엄에 소장되어 있다.  

 

이 그림은 적포도밭에서 그리지 않았고, 옐로 하우스 시절 전날 인근의 포도원의 산책하면서 본 풍경을 기억과 상상력을 동원해 완성했다. 프로방스는 로제 와인 산지로 유명하다. 로제 와인 포도품종 중의 하나인 적포도 그레나쉬(Grenache) 밭으로 추정된다. 포도원 그림 역시 땡볕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을 통해 노동의 신성함을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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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Still Life with Glass of Absinthe and a Carafe,1887/ Smoked herrings,1886

 

그는 와인보다 독주인 압생트(Absinthe)를 즐겨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압생트는 증류 알코올에 허브 아니스(annis), 회향(fennel), 향쑥(wormwood)을 혼합해 다시 증류한 녹색주다. 압생트는 부작용으로 어지럼증, 발작, 혼수상태에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다. 반 고흐를 비롯, 고갱, 피카소, 마티스, 로트렉, 헤밍웨이도 압생트 애주가였다. 

 

1890년 7월 29일 빈센트 반 고흐는 파리 북부의 작은 마을 오베르 쉬르와즈의 들판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이틀 후에 숨을 거두었고, 아트딜러로 그를 지원했던 테오는 형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6개월 후 사망했다. 빈센트는 37세, 테오는 34세였다.

 

 

*메트뮤지엄에 모인 빈센트 반 고흐 유화 17점

*빈센트 반 고흐의 드로잉전@모건라이브러리

*빈센트 반 고흐: 아이리스와 장미@메트뮤지엄, 2015

*뉴욕영화제 2018 화가 줄리안 슈나벨의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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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2.19 21:03
    반 고흐를 읽어내려 가면서 얼마나 많은 희로애락이 교차됐는지 모릅니다. 농부 가족들이 감자를 먹는 그림, 고흐가 가난 때문에 신선한 빵을 못 사먹고 딱딱하게 굳은 빵으로 식사를 때운 것, 살아 생전에 900여점의 그림을 그렸건만 단 한점만이 팔린 비참한 현실 등등이 왜 그리 슬프던지요. 남동생 테오와의 편지, 여동생(코흐가 여동생도 있었군요) "빌"에게 보낸 편지는 형으로서, 오빠로서의 인간적인 훈훈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코흐가 커피광이란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면면들이 가슴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합니다. 오래 전에 암스텔담에 있는 고흐의 마술관을 관람했을 때는 그에 대해서 대강만 알았기 때문에 큰 느낌보다는 나도 세계적인 화가의 그림을 직접 보는구나라는 떨림과 자만으로 일관했습니다. 다시 가서 그의 그림 앞에 설 때는 컬빗이 준 지식을 갖고 깊이 음미하면서 볼껍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