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런던에선 찬사받고, 뉴욕에선 뺨맞는 뮤지컬들
'선셋대로' '백투더퓨터' '신데렐라' 런던-뉴욕 비평 상반
"비평가는 심미적인 카멜리온, 취향은 지문이며 상처"
런던 웨스트엔드에선 호평과 함께 상업적으로 성공했어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뉴욕타임스의 연극/뮤지컬 비평가 제시 그린(Jesse Green)이 런던에서 히트하고, 대서양 건너 뉴욕에서 망하는 뮤지컬에 대한 칼럼 'They Were Hits in London. Then They Got Smacked in New York'을 썼다. '선셋 대로' '백 투더 퓨처' '신데렐라' '태미 파예' 등의 최근 웨스트엔드에서 호평받았지만, 뉴욕에선 혹평받은 작품들이다.
엘튼 존이 작곡한 뮤지컬 '태미 파예(Tammy Faye)'는 2022년 런던서 개박했을 때 뉴욕타임스 비평가 맷 울프가 "신의 찬사를 보낸다(Praise the lord for ‘Tammy Faye)"며 환호했지만, 2년 후 브로드웨이 오픈 후 엘리자베스 빈센트는 "분리되고, 이상하게도 밋밋하다(Disjointed, strangely bland)"고 비판했다.
할리우드 영화를 각색한 '백 투더 퓨처(Back to the Future)'는 웨스트엔드 개막 후 영국 텔레그라프지가 "기분 좋은 승리(a feelgood triumph)"라며 별 5개를 주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의 제씨 그린은 브로드웨이 공연에 대해서 "완전한 새로운 작품이라기보다는 반쯤 작동가능한 기념품(Less a full-scale new work than a semi-operable souvenir)"이라 혹평했다.
'캐츠'와 '팬텀 오브 오페라'의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신데렐라(Cinderella)'는 2021 런던 초연에서 가디언지가 "무도회라기보다는 폭발에 가깝다(It adds up to not so much a ball as a blast)"고 평했다. 반면, '나쁜 신데렐라(Bad Cinderella)'로 제목을 바꾼 뉴욕 공연에선 제씨 그린은 "놀랍도록 저속하고, 섹스가 강조되고, 멍청해졌다(Surprisingly vulgar, sexed-up and dumbed-down)"고 악평을 퍼부었다.
한편, 2017년 미국산 뮤지컬 '번개 도둑(The Lightning Thief)'은 뉴욕에서 제씨 그린이 "긴장성 두통의 모든 매력(all the charm of a tension headache)"이라고 혹평했지만, 지난달 런던 초연에서 가디언지는 "귀엽고, 부티크적이며, 독창적(cute, boutique, original)"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뉴욕 비평가들이 악평하는 이유들
그러면, 런던과 뉴욕 비평가들의 평가가 이토록 상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뉴욕의 비평가들은 더 부정적이며 악평을 일삼는 것일까?
제씨 그린은 웨스트엔드가 고급 연극과 이벤트 뮤지컬의 황금 표준이었으며, 어떤 경우엔 여전하다. 최근 '레만 3부작(The Lehman Trilogy)', '캘리포니아 언덕(The Hills of California)' '식스(Six), "앤 줄리엣(& Juliet)'은 모두 브로드웨이로 수입되어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1980년대 브로드웨이는 '영국의 침략(British invasion)'으로 부를 만큼 웨스트엔드로부터 수입한 작품들이 홍수를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의 뉴욕 비평가들은 셰익스피어의 땅에서 나온 것은 무엇이든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반박하는데 열의를 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뮤지컬이 특히 미국을 주제로 할 때 더욱 그러하다.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 마이클 J. 폭스 주연의 액션 어드벤처 '백 투더 퓨처'는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영국식 액센트가 보였으며, 미네소타주 출신 전도사 태미 파예 바커에 대해선 과열된 성격에 대한 차갑고 밋밋한 풍자로 남았다. 두 뮤지컬 모두 뉴욕 공연 때 개작이 되었지만, 불충분했다.
극장의 크기 또한, 변수다. '태미 파예'는 런던의 325석 알메이다 시어터에서 공연되었지만, 뉴욕에선 1천650석의 팰리스 시어터 무대에 올려졌다. 런던과 뉴욕에선 캐스트도 바뀌었다.
'선셋 대로'의 니콜 세르징거가 공연 후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런던에선 캐릭터에 대한 표현주의적 해석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은퇴한 무성영화 스타 노마 데스먼드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선셋 대로'의 경우는 주연 니콜 세르징거가 란제리 차림으로 대부분 시간을 혼수상태로 보냈고, '카바레'에서 제시 버클리 역시 거의 같은 모습이었지만, 두 배우 모두 올리비에상(영국의 토니상)을 석권했다. 브레히트 스타일의 관객과의 감정적 거리두기로 소외 효과를 노리는 작품으로 수상했다. 브로드웨이에서 게일 랜킹이 버클리를 대신한 '캬바레'와 '선셋 대로'가 공연됐을 때도 비평가들은 크게 나누어졌다. 제씨 그린은 두 공연에서 감정을 느끼는데 시간을 보내는 대신 어느 천재 란제리 회사가 속옷(협찬)을 낚아냈는지 궁금해 했다.
뉴욕타임스는 연극 '노예극(Slave Play)'에 대해 극찬했지만, 런던타임스는 그걸 관대하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폴라 보겔(Paula Vogel), 웬디 워써스타인(Wendy Wasserstein), 테렌스 맥낼리(Terrence McNally), 도날드 마걸리스(Donald Margulies)의 작품은 모두 해외에서 무시당했다.
제씨 그린은 '국민적 특성(national character)'이 얼마나 개인의 취향에 불과한지 자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실한 (sincere)' 영국 쇼가 많고 표현주의적인 미국 쇼도 많다. 사실 대부분 비평가는 심미적인 카멜레온들(aesthetic chameleons)이며, 취향은 지문처럼 모두가 다르( Taste is a fingerprint). 또한, 흉터(scar)다. 비평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상처를 핥는 것 외에는 진실이 없다. 런던 쇼가 뉴욕에서 종종 혹평을 받는다는 것은 그 이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를 초국가적 부부 싸움으로 생각해보라. 모두가 옳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Everyone’s right and no one knows why.).
*PS1: 제씨 그린은 2023년 12월 브로드웨이 뮤지컬 'K팝'을 혹평한 인물로, 뉴욕타임스의 리뷰로 인해 'K팝'은 조기에 막을 내려야 했다. 그만큼 편견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한 비평가의 리뷰 때문에 대중은 좋아해도 수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뮤지컬이 갑자기 폐막하기도 한다.
*PS2: 필자가 오래 전 웨스트엔드에서 본 록 그룹 퀸 뮤지컬 '위 윌 록 유 We Will Rock You"와 '더티 댄싱(Dirty Dancing)'은 아직도 브로드웨이에 상륙하지 못했다.
They Were Hits in London. Then They Got Smacked in New York.
What happened to “Sunset Boulevard,” “Back to the Future,” “Cinderella” and “Tammy Faye” when they crossed the Atlantic?
https://www.nytimes.com/2025/01/10/theater/cinderella-tammy-faye-london-ny-theater.html